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제외된 것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자 교육부가 “대강화(大綱化) 틀에 맞춰 정책연구진이 학습 요소에서 뺀 것이지 의도적으로 삭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강화는 국가 교육과정의 줄거리와 방향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부는 향후 교과서 개발 과정에서 개별 역사적 사건이 서술될 수 있도록 편찬 준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교육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당 의원 55명과 정의당 강은미·류호정 의원 등 총 58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여야의 문제도,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이후 추진할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운동을 최대한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개정돼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중·고교 사회, 역사, 통합사회, 한국사, 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보수 정권 입맛에 맞추기 위해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교육과정에서 삭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 4·3 사건도 교육과정에서 빠져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을 샀다. 반면 교육과정 시안에 ‘6.25 남침’ 표현과 ‘자유 민주주의’ 용어가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보수 진영이 반발하자 확정·고시된 개정안에 모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과서 개발의 자율성을 위해 '학습 요소' 항목이 생략됨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이 최소화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현재 교육과정의 문서체계는 '성취기준' 내 하위 항목에 '학습 요소', '성취기준 해설',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 '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성취기준' 하위 항목에 '성취기준 해설',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만 담기게 되면서 생략됐다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21년 12월 구성된 역사과 교육과정 정책 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소 시안에서부터 5·18 민주화운동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장홍재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지난해 7월 말 정책연구진 시안이 공개됐을 때도 5·18 민주화운동은 서술돼 있지 않았다"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수학습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강화를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에 5·18과 4·3은 물론 5·16(군사정변)과 7·4(남북공동선언) 등도 다 빠졌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명은 생략됐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4·19 혁명에서부터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운동의 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관련 성취기준을 개발했기 때문에 생략된 학습 요소가 교과서 개발 단계에서 서술될 수 있도록 향후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반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교과서 개발을 위한 편찬 준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편수용어와 편찬 상의 유의사항에 (5·18과 같은) 요소가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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