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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내 예기치 못한 죽음…옷가지에 묻어난 혈흔서 범인 밝혀졌다

[수사는 과학이다]

<2>DNA감정

교도소 내 폭행에 재소자 사망

상해치사로 마무리될 뻔 했지만

현장서 발견된 다수의 흉기들

DNA감정 결과 피해자 흔적 발견

수개월간 괴롭힘…살인 혐의 기소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DNA감정실에서 엄태희 보건연구사가 감정물에서 추출한 DNA를 이용해 실험 중이다. 사진제공=대검찰청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감돌던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 내 수용거실에서 40대 남성 재소자 A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A씨는 다른 재소자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그의 몸 곳곳에선 멍 자국과 상처가 발견됐다. 교도소 특별사법경찰이 A씨와 함께 수감된 수용자 3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사건은 재소자 간 단순 폭행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현장에서 핏자국이나 DNA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을 지원해줄 수 있겠어요?”

대검찰청 디엔에이·화학분석과에서 감정관으로 근무 중인 엄태희 보건연구사는 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고민에 빠진다. 교도소 내서 발생한 사망 사고가 단순 상해치사 사건으로 끝내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탓이었다. 엄 연구사를 포함해 압수수색에 참여하는 감정관들 모두 교도소를 가본 경험이 없었기에 부담감도 컸다. 당일 압수수색은 엄숙하게 진행됐다. 오염 방지를 위한 작업복을 입은 연구사들이 조심스레 수용거실 곳곳을 사진으로 찍고, 혈흔 등 흔적들을 면봉으로 채취했다. ‘손으로 때린 상처라 볼 수 없던데’ 현장을 둘러보던 엄 연구사는 담당 검사에게 건네받은 부검보고서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들쳐본 재소자들의 짐에선 사건을 풀 실마리가 쏟아졌다. 엄 연구사는 “재소자들의 소지품 가방을 순서대로 확인하던 중 세 번째 가방을 뒤집다 잡지를 둘둘 말아 테이프로 감싼 몽둥이가 툭 떨어졌다”며 “순간 ‘찾았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한 재소자의 양말뭉치 틈에선 끝을 뾰족하게 간 플라스틱 젓가락과 옷걸이를 이용해 만든 봉, 피가 묻은 옷가지·휴지·마스크 등 의심쩍은 물건이 대거 발견됐다.



이제 남은 건 압수물들에게서 A씨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찾는 일이었다. 엄 연구사는 확보한 흉기와 혈흔 등 228개의 감정물에서 726점의 샘플을 채취해 미리 확보한 피의자 3명의 DNA시료를 대조했다. DNA감정 보고서에는 A씨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개월간 겪은 참혹한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흉기뿐만 아니라 빨래집게, 옷걸이 봉에서도 A씨의 혈흔이, 몽둥이와 젓가락에서는 20대 피의자 B씨의 DNA가 함께 검출됐다.

엄 연구사는 “DNA 감정 결과는 피의자들이 빨래집게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잡고 비트는 가해 행위를 한 사실과, 폭행과 괴롭힘이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이어진 끝에 사망하게 된 사건임을 밝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B씨를 살인, 나머지 두 사람을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괴롭힘을 주도한 B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공범인 두 사람은 각각 징역 5년과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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