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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간암 환자도 효과…면역항암치료 시대 활짝"

[메디컬인사이드]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허가

10년 만에 새 1차 표준치료 적용

반응률 30%·완전관해 8% 달해

임상3상으로 생존기간 6개월 연장

건보적용에 환자 부담 대폭 줄어





"간암은 원격전이가 일어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년 넘게 치료제에 변화가 없다 보니 간암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많았죠. 하지만 최근에 4기 암환자도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항암치료 시대가 열려 참 다행입니다."

전홍재(사진)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5일 서울경제와 만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1차 표준치료로 바뀌고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면서 마침내 간암 치료에도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 40~50대 호발하는 간암, 전이되면 생존율 3% 아래로 뚝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술,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손상되도 위험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않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간암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간세포암은 상당히 진행된 후에도 증상이 거의 없어 많은 환자들이 수술이 어려운 단계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다. 간암이 폐암에 이어 국내 암 사망률 2위에 오른 이유다. 경제 활동이 가장 왕성한 40~50대의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해 다른 어떤 암보다 사회·경제적 부담도 높다.

사진 설명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에 발생한 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37.7%로, 10대암의 평균인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되면 5년생존율이 3%에도 못 미친다. 전 교수는 "간암 환자의 약 90%는 B형간염, 간경변증 등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수술은 물론 고주파열치료술·에탄올주입술 같은 국소치료도 불가능하다"며 "간암 뿐 아니라 췌장암, 담도암 등 대부분의 소화기암은 신약 연구 성과가 다른 암종에 비해 더뎌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 위험이 높아 예후도 나쁘다"고 설명했다.

◇ 수술 후에도 이어지는 재발 위협…4기 간암에 통하는 ‘면역항암제’ 등장


8년 전 간암 진단을 받았던 권성근(71·남)씨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당시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권 씨는 아내의 갑상선암 진단을 계기로 건강검진을 함께 받았다가 간세포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별다른 증상 없이 건강한 편이었지만 10분이면 끝난다던 초음파검사를 30분 넘게 받은 후 '간에 무엇인가 보여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간암임을 확신했다는 권씨. 담담하게 진단을 받아들인 후 간절제 수술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그는 불과 4년만에 암이 재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후 다발성 전이가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2021년까지 권씨는 경동맥화학색전술(TACE·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자그마치 8번이나 받아야 했다.



전홍재(오른쪽)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권성근씨와 함께 간세포암 진단 후 치료과정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분당차병원


끝내 폐전이까지 생겼다는 말에 좌절하던 권씨는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전 교수를 찾았다. 그때 권유받은 방법이 수술이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의 1차치료를 위해 2020년 7월 국내 허가를 받았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다.

◇ 작년 5월부터 간암 1차치료에 급여 적용…일부 환자에 완치 희망도


10년 넘게 간암 1차 표준치료제로 쓰였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3.4개월로 겨우 1년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mOS 19.6개월로 간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6개월 넘게 연장시켰다. 암이 쪼그라드는 부분관해(PR) 반응을 보인 환자가 30%, 영상학적으로 병변이 보이지 않는 완전관해(CR)를 보인 환자도 8%에 달해 완치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전 교수는 "영상검사에서 병변이 안보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의 씨앗들이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완치와는 다른 개념"이라면서도 "면역항암제는 표적항암제나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한번 치료효과를 보이면 내성 걱정없이 치료 효과가 쭉 나타나기 때문에 완전관해가 나타났을 때 완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제품 사진. 사진 제공=한국로슈


부작용 없이 고령 환자도 시도 가능하다는 것도 면역항암제의 장점으로 꼽힌다.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필두로 우리 몸에 잠들어있던 면역을 일깨워 암을 제거하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등장했지만 간암은 3상 임상 모두 실패하며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데 T세포에서 발현되는 PD-1과 암세포 표면의 PD-L1 단백질 간 결합을 차단하는 티쎈트릭에 새로운 혈관생성을 차단하는 아바스틴을 함께 투여하니 놀라운 시너지가 확인된 것이다.

작년 7월부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시작한 권씨는 현재까지 총 24사이클을 투여받으며 CR에 도달했다. 7500mg/mL까지 치솟았던 간암종양지표(AFP)는 4~6mg/mL 정도로 유지 중이고 가려움증, 가벼운 소화불량 정도의 증상 외에는 부작용도 없다. 지난해 5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계기로 3주마다 400~500만 원씩 부담하던 진료비는 20만 원대로 줄어 치료 부담도 한결 적어졌다. 전 교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덕분에 일부 환자는 완치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부작용도 훨씬 덜하다"며 "간암 진단을 받더라도 불안해 하기보단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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