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나경원 전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실은 절차 요건 불충족을 빌미로 수용을 보류하며 나 전 의원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던 김기현 의원과의 만남을 예고하는 메모가 노출되면서 나 전 의원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사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행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어제와 입장이 달라질 것이 없다”고 답했다.
‘반려’ ‘수리’ 등을 결정하려면 실물 사직서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나 전 의원은 문자와 유선으로 사의를 전달해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형식적인 요건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에는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친윤계 의원들이 김 의원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실도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공개 일정 없이 고심을 이어갔다. 전일 사실상 선거운동을 재개하고 주변에 “출마하면 도와주실 거죠”라고 물으며 출마로 결심을 굳힌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나 전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기후환경대사직은 내려놓지 않은 상태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는 것은 퇴로를 열어달라는 신호”라며 대통령실과의 소통 끝에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휴대폰 메모장에서 ‘나경원 미팅(전화 요망)’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보좌진에게 나 전 의원과의 만남을 조율하라고 지시할 내용을 적어뒀던 것”이라면서 “만남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단일화를 바라는 김 의원과의 만남이 타진될 경우 나 전 의원의 마음이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14일부터 6박 8일간 순방길에 오르는 만큼 주말 전후에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