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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파편화된 세계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이견 조정에 실패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한 비공개 회의에서는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의 발언이 시작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참석자의 3분의 2가 집단 퇴장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인도·브라질 등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G20의 균열을 여실히 보여준 풍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16일부터 5일간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올해 연차 총회의 주제를 ‘파편화된 세계(Fragmented World)에서의 협력’으로 정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우리는 다양한 정치·경제·사회적 세력이 세계적·국가적 차원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을 강화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회복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파편화는 1980년대 이후의 세계화 흐름에서 벗어나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아 가치·국익·지역 등의 변수로 블록화가 긴밀히 진행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과 멕시코·캐나다가 10일 북미 3국 정상회의를 열고 아시아 지역에 맞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경제 통합 수준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단적인 예다. 미중 패권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국 이익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세계경제의 블록화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세계경제가 긴축과 세계화에 맞선 파편화로 억눌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초에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도 중국 등이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구제금융을 늘리면서 세계 금융 질서의 다극화·파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편화된 세계는 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공통 해법 마련에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가치 동맹으로 외교 정책의 중심을 잡으면서 정교한 실용 외교를 통해 국익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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