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의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인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로 전통적인 수출 효자 종목에 빨간불이 켜진 데 대해 긴급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무역협회는 18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제4차 수출 애로 타개 및 확대를 위한 업종별(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산업)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업종별 단체와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 제조 기업, 산업통상자원부 소관과 담당자 등 15명이 참석했다. 앞서 무역협회는 지난 5일 자동차·부품·2차전지, 10일 조선·철강, 12일 원전·엔지니어링·플랜트 업계의 수출 현안을 각각 점검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정보통신 산업의 올해 수출은 어두울 전망”이라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3~4% 역성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교역의 패러다임이 자유무역에서 보조금 확대 등 자국 산업 우선주의로 전환되고 있다”며 “정부가 미국·대만·중국 등과 동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반도체 시설·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2월 중 국회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삼성과 SK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각각 25.2%, 28.3%인 반면 TSMC는 10.0%, 인텔은 8.5%, SMIC는 3.5%에 불과하다”며 “외국과 동등한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반도체 인력난도 시급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산업 성장에 따른 신규 인력 수요는 12만 7000명으로 추산되나 인력 공급은 연간 5000명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올해는 특히 1983년 이후 계속된 출산율 저하로 인구 구조 변화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첫해가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출산율 제고에 민관이 합동해서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중고에 과잉 공급되는 교육 재정을 대학 재정 지원으로 일부 전환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며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추격이 턱밑까지 왔다. 경쟁 우위가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넘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과 선제적 투자에 기업이 나서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연구센터장은 업종별 발표에서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10.5% 감소한 11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반기부터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로 인한 수요와 데이터 센터 투자 재개로 업황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분야별 현지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석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모바일·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OLED 시장 확대로 전년 대비 0.9% 증가한 1242억 달러로 전망되고 우리 수출은 OLED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으로 1.5% 증가한 21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차량용, 확장현실(XR), 투명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사업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대형 OLED 중심의 경기북부권, 중소형 OLED 중심의 충남권으로 형성된 2개의 디스플레이 산업 클러스터를 첨단 전략산업 특화 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하면서 “도로법과 지방자치단체의 허용 가능 범위를 초과하도록 디스플레이 대형 장비 운송 차량의 운행 허가 절차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무역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애로사항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다음 회의는 정유·석유화학·섬유·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19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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