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약 70%는 임금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플레이션 국가'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4%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임금 인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일본 가계의 소비력이 한층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수도권에서 점포 85곳을 운영하는 신용금고 회사가 이달 10~13일 중소기업 73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2.8%에 해당하는 537곳이 "임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임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업황이 개선되지 않아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인플레이션으로 매입 비용이 크게 늘었다' 등이 꼽혔다.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한 기업의 경우에도 35.4%는 1%의 인상률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대를 올리겠다고 한 기업은 27.8%였고, 3%대 인상은 13.6%에 그쳤다. 일본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 올라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임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째 실질임금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까지 심화되자 일본 정부는 거듭 기업에 임금 인상을 호소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해 연두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도 "물가 상승을 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회원사로 둔 경제단체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여합회)은 정부의 요구에 호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 대다수는 임금 인상 여력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 결과에서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민간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올해 일본 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2.85%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반면 일본 최대 노동조합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올해 춘투에서 5% 가량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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