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5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비리 의혹의 정점’이라며 피의자로 소환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세게 몰아부쳤다. 이에 이 대표는 출석 때 제출한 A4 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로 ‘검사 질문에 갈음한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철벽 방어를 쳤다. 검찰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2차 출석을 요구했으나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고려할 때 재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추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신병 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소환 조사 과정에서 검찰과 이 대표 측은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대장동 사업은 민간 개발을 막아 이익 일부를 성남시 몫으로 환수한 성과’라며 검찰이 적용한 배임 혐의를 정면 반박했다. 또 민간업자들이 얻은 수천억 원대 이익도 예상할 수 없었던 부동산 경기 활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내부 정보를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유출하거나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사업 방향으로 승인하는 등 유착 의혹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책임으로 돌렸다. 특히 ‘천화동인 1호를 알지 못했다’며 실소유주 논란 자체를 부인했다. 근거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1호 배당금을 쓴 부분을 제시했다. 위례·대장동 사업 기밀을 민간업자에게 유출했다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쓴 채 비밀을 유출한 게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는 양측 주장만 확인한 채 8시간 만인 오후 9시께 마무리됐다. 검찰은 심야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이 대표 측에 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복수의 날짜를 제시하며 추가 출석을 요구했다. 최종 결제 내용, 관련자 진술 등에 대해 준비한 방대한 분량의 질문을 다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추가 소환을 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했던 질문을 또 하고, 제시한 자료를 또 제시하고 질문을 지어내는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잘못된 행동”이라며 사실상 불응 의사를 내비쳤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소환이 불발될 경우 검찰이 1차 조사 내용 등을 검토한 뒤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의 진술 거부권 행사와 2차 소환 불응으로 필요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판단한 검찰이 법원에 그에 대한 신병 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최측근이 구속된 데다 소환 조사에 응한 이 대표 측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며 양측 간에 장외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진술거부권 행사와 2차 소환 불응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가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고 보고, 강제로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며 “실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미 소환 조사를 마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송받아 공소사실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해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며 “(표결이) 부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뒤 법정에서 벌어질 ‘법리 싸움’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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