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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난방비 폭탄,누구 잘못인지 모르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무리한 脫원전 강행한 文정부

값비싼 LNG 구매 확 늘려놓고

가스비 묶어두는 포퓰리즘 일관

이념 얼룩진 정책이 現 대란 자초





난방비가 급등하고 있다. 먼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에너지 위기가 드디어 코앞까지 와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누구의 책임인가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차분히 한번 따져보자.

난방에 사용되는 연료는 액화천연가스(LNG)로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다. 주로 장기 계약으로 사오지만 전부는 아니다.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단기에는 스폿시장에서 구매해 채워야 한다. 장기 계약분은 카타르 같은 생산국과 통상 20년간 수입하는 계약을 한다.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대신 가격은 안정적이다. 반면 스폿시장은 등락이 심하다. 천연가스가 남을 때는 장기 계약보다 싸지만 요즘처럼 모자랄 때는 훨씬 더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스폿시장의 비중이 커질수록 평균 도입 단가는 속수무책으로 높아진다.

에너지 수요에 맞춰 장기 계약을 미리 해두고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대략 80% 정도는 장기 계약으로 사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스폿시장에서 보충해나간다. 어렵지만 눈치껏 헤쳐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에너지가 없는 나라의 서러움이 있다.



지난해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스폿시장 가격은 폭등했다. 잘못 준비한 우리는 정말 제대로 바가지를 쓰게 됐다. 준비해둔 장기 계약분보다 훨씬 많은 천연가스가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천연가스 수입액이 400억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추계된다. 다른 연도에 비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무역수지를 적자로 만든 주범이고 마치 밑 빠진 독과도 같았다. 이런 시기에는 스폿 물량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늘어나버린 것이다. 이런 대책 없는 상황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시간을 5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탈원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에너지 전환을 졸속으로 강행했다. 그래서 사라져버린 원전과 석탄발전만큼 스폿시장에서 사온 그 비싼 천연가스를 태워야 했다. 속은 타지만 태양광은 눈에 덮여 밥값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가련한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그뿐 아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에너지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수년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면 국내 가격을 조금씩 인상해 국민들이 에너지 사용을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었다. 포퓰리즘 정부는 눈을 가리고 탄소 중립 같은 미사여구로 일관했다. 이른바 가격 신호를 꺼버린 것이다.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다 보니 이미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5조 원을 넘었고 이제는 10조 원의 거대한 산이 돼 있다. 난방비 대란이 온 것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은 수년을 주기로 파동을 거듭한다. 에너지 안보를 뒤흔드는 우를 범하면 당시에는 잘 모르지만 수년 내로 곤욕을 치르게 마련이다. 정치적 이념에 경도돼 전문성을 무시하고 함부로 다루면 에너지 안보는 무너진다. 난방비 폭탄은 이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엄혹함을 모르는 자만이 부른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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