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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韓 의대 졸업생 OECD 58% 불과…"10년후엔 의사 2.7만명 부족"

■대수술 시급한 의료시스템

송기민 한양대 디지털의료융합학과 교수

의대 입학정원 23년째 3058명 제자리

활동 의사수도 OECD 65%에 머물러

인구 고령화에 의료 이용량 크게 늘어

이대로 가면 지역 의료공백 등 더 심화

공공병상률은 9.6%로 日 절반도 안돼

의료취약지역에 공공의료기관 만들고

필수진료과·지방 등에 의사 배치해야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북 전주의 한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있는데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치료를 받을 만한 서울 지역 대학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겠느냐는 전화였다. 다급한 상황보다 지인의 간절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지방 의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인구가 적은 지방은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폐쇄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의료 사각지대는 비단 지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급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졌지만 응급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하는 충격적인 일도 발생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병상과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했고 코로나19가 안정화되자 이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PA간호사의 불법·대리 진료도 현장에서 목격된다. 심각한 지역별 의료 공백 등 현 의료 시스템의 한계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대 정원을 당장 늘리지 않으면 10년 후인 2035년에는 2만 7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부도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증원을 요청했다. 모두가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인구 감소로 의사 수 ‘부족’이 아닌 낮은 의료 수가, 또는 의료 인력 불균형의 문제라며 의료 수가를 올려야 비로소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먼저 의사 수 부족에 대해 살펴보자.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3500명에서 3058명으로 감축시켜 한국의 활동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3명(65.7%)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3.5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의 58.0%에 그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우리나라 의대 졸업자 수 또한 2010년부터 인구 10만 명당 8명 이하에서 정체돼 있는 실정이다. 반면 OECD 국가의 의대 졸업자 수는 2018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13.1명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의료 인력 부족 상황에서 의료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질병 패턴의 변화, 감염병의 반복적 발생, 국민소득 증가, 행위별수가제 등으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의료 이용량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의료 인력 부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활동 의사 수와 의대 졸업자 수 등은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의료 수가를 올려 취약한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뜯어봐야 한다. 우리나라 현행 의료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지불제도는 행위별수가제다. 의료보험 도입 시 기존 수가의 객관적 근거 부족, 행위 간 수가 불균형 등을 개선해 2001년 1월부터 미국식 자원 기준 상대가치점수제(RBRVS·Resource Based Relative Value Scale)를 도입했다. 의료 행위가 급여로 결정되면 각 의료 행위마다 업무량, 진료 비용, 위험도 등 의료 행위 간 가치(Value)를 상대적으로 비교해 점수로 표기하는데 이것이 ‘상대가치점수’이다. 여기에 환산지수를 곱하면 의료 수가가 된다.



상대가치점수는 의료 행위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점수로 업무량과 진료 비용, 위험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무량의 경우 의사의 전문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시술 시간, 유사 행위 간 균형성 등을 고려해 업무량을 산출한다. 또 의료 행위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진료 비용 내역을 인건비와 치료재료비, 의료장비비로 나눠 구축한 후 직접 진료 비용을 실제 비용 수준으로 보정해 행위별 진료 비용 상대 가치를 산출한다. 여기에 의료사고 관련 비용 등 위험도를 산출해 최종 행위별 상대가치점수를 산출한다. 이처럼 행위별수가제도는 2022년 2월 기준 의료 행위 약 9205개 항목을 상대적으로 가치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특정 의료 행위만 점수를 올려준다는 것은 이와 연계돼 결정된 해당 의료 행위의 상대가치점수를 동시에 상향시켜야 하는 만큼 행위별수가제의 원리상 타당하지 않다. 만일 의료계의 주장처럼 현행 의료 수가가 환경 변화에 따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진료과·행위 간 불균형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가 우선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의료 공백과 지역 의료 격차의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는 의사 수 부족과 높은 민간 의료 시스템 의존도로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데 있다고 판단한다. 2020년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5.5%, 공공병상률은 6만 1779병상으로 약 9.6%이다. 이는 공공병상률이 27.2%인 일본, 61.5%인 프랑스에 비해 매우 부족한 의료의 공공성을 나타내고 있다.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과 부합돼 지방의 의료 공백을 심화시켰다.

나아가 민간 중심 의료 시스템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별수가제도와 결합돼 국가 재난·재해 응급 상황 대응에 취약, 도시와 농촌의 의료 격차 심화, 지방의 필수의료 공백 등 의료의 공공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왔다. 행위별수가제도는 신의료 기술 등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작동 원리는 수익 구조에 따른 것으로 수익이 안 되는 공공의료에는 취약한 단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자동차 등을 세밀하게 따져 부과하고 있는 반면 의사와 의료 시설 등이 없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아예 받을 기회조차 없는 지역의 거주자에게 도시 거주자와 동일한 보험료를 받는다는 것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에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의료는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는 생명과 관련된 중요함이 있기에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때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제36조 3항 보건권을 근거로 의료법상 의사의 진료권과 면허제도를 두고 있다. 국가가 주권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의사에게 독점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앞으로 고령화 심화와 질병 패턴의 변화가 현재 100조 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 건강보험 재정의 85.1%는 국민보험료이다. 의료 시스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의료 수가 인상으로 충당한다면 그 부담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미래에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모든 국민은 지역에 차별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의료 취약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 공공의사가 필수 진료과와 취약 지역에 배치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1983년 합계출산율 1.7이라는 저출산 경고를 무시해 40년이 지난 지금 돌이킬 수 없는 세계 최저 저출산 국가가 됐다. 지금 의사 수 부족과 취약한 공공의료가 보내는 지방 의료 소멸의 강력한 경고에 의료 공백 사태의 원인을 명확히 인식해 지체 없이 공공의료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의료 인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송기민교수는…의약분업과 상비약 편의점 판매, 의료사고감정제도, 건강보험 부과 체계 등 의료 정책 연구와 고령화 정책 연구 등을 수행한 보건의료 법 정책 전문가다. 의료 인력 확대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반드시 공공의료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의심사위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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