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이나 경착륙(hard landing)이 아닌 제3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가 둔화하지도 않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의 긴축 사이클도 마무리되지 않는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비착륙)’ 가능성이다. 경제 흐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더해지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CNBC는 월가 분석 업체인 바이털놀리지의 노트를 인용해 “경제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지난해 4분기 경착륙에서 1월 연착륙이나 골디락스로 바뀌었고 지금은 비착륙으로 진화했다”고 보도했다. 비착륙이란 경제가 둔화하지 않지만 인플레이션도 잘 떨어지지 않아 연준이 긴축을 종료하지 않고 높은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상황이다.
JP모건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3년 미국 경제가 직면할 의외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비착륙을 제시한 바 있다. JP모건은 “물가가 둔화하는 와중에 고용이 강하다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오른다”며 “이는 소비 지출과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고 임금 상승 압력을 키우기 때문에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할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는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도, 그렇다고 연준이 긴축 주기를 끝내지도 않는 상황을 보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JP모건의 시나리오에 맞아들어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인플레이션을 웃돌았다. 여기에 3일 발표된 1월 고용 보고서에서 미국의 비농업 신규 고용은 51만 7000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18만 5000건을 3배 가까이 웃돌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종의 희박한 가능성 중 하나였던 노랜딩에 대한 월가의 관심이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3일 지표상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서비스업도 강세였다”며 “월스트리트는 이후 노랜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하느냐다. 경제 호조와 함께 인플레이션율이 감소하면 연착륙에 가까워지지만 물가 재상승 우려가 커질 경우 긴축이 끝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폴로매니지먼트의 최고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노랜딩 시나리오에서 경제는 둔화하지 않지만 공급망 개선의 덕을 봤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게 된다”며 “이 경우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금융시장도 지난해처럼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연준에서는 긴축 강도를 다시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경제 상황으로 연준이 지금까지 전망했던 수준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며 “0.5%포인트 인상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을 중단한 후에도 필요하다면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착륙과 연착륙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강력한 1월 고용지표로 연준이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올 하반기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연착륙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튼튼하고 인플레이션은 현저하게 둔화하고 있다”며 “침체를 피할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며 이를 끌어내리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1순위”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