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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선의 시스루] '청춘월담' 운명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리뷰] tvN 월화드라마 '청춘월담'

묵직한 분위기 속 속도감 있는 전개

박형식, 전소니 주연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청춘월담' 스틸 / 사진=tvN




사극의 흥행 요소를 꼽자면 운명을 거스르는 남녀의 사랑,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 잃어버린 신분을 찾는 과정, 남장을 한 여성 캐릭터, 삼각관계 등이 있다. 베일을 벗은 '청춘월담'에는 이런 요소를 모두 포진돼 있었다. 많은 부분들이 들어가 있는 만큼, 묘한 기시감은 감출 수 없다.

tvN 월화드라마 '청춘월담'(극본 정현정/연출 이종재)은 미스터리한 저주에 걸린 왕세자 이환(박형식)과 하루아침에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천재 소녀 민재이(전소니)의 이야기다.

이환은 죽은 형 대신 세자의 자리에 오른 지 3년이다. 형을 독살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이환은 자신을 저주하는 내용을 담은 귀신의 서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다. 민재이는 한성온(윤종석)과 혼인을 준비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꿈꾸지만, 순식간에 일가족 살해범이 된 채 관군에게 쫓긴다. 가람(표예진)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몸을 숨긴 그는 누명을 벗고 가족들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세자의 밀서를 떠올린다. 우여곡절 끝에 세자를 만난 민재이는 밀서의 내용으로 귀신의 서를 읊고, 이환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결국 세자의 곁에 머물면서 미스터리를 해결하기로 마음먹는다.

'청춘월담'은 복합장르가 특징. 퓨전 사극이라는 배경 안에 두 개의 미스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이환에게 귀신의 서를 보내는 등 곤경에 빠트리는 인물의 정체다. 해당 인물은 세자의 주변을 맴돌면서 '세자가 귀신의 저주를 받았다'는 증거를 꾸준히 심고 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세자가 붓글씨를 쓰자 피가 흘러내리게 만들고, 순식간에 화살을 쏜다. 세자가 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곁에 두는 만큼, 누가 그를 위협하는지 궁금해진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민재이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민재이는 '혼인을 비관해 숨겨둔 정인 심영(김우석)과 함께 일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있다. 민재이에게 은혜를 입은 심영의 진술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다. 민재이의 아버지가 죽기 전 민재이에게 세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으로 미뤄, 살인사건은 세자와 연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재이가 누명을 벗고 진범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미스터리는 얽히고설켜 있다. 민재이는 진범을 잡기 위해 귀신의 서를 보낸 인물을 찾아야 되고, 세자는 자신이 보낸 적 없는 밀서를 받은 민재이와 그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돼야 되는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추리극의 형태로 이어진다. 마치 탐정처럼 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민재이가 붓글씨에서 피가 흘러내린 이유를 밝히는 모습이 그렇다.

인물들의 관계성도 촘촘하게 얽혀 있다. 민재이가 세자 곁으로 오면서 과거 정혼자였던 한성온과 한 발 가까워진다. 한성온은 민재이가 살인범일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민재이는 한성온 앞에 나설 자신이 없다. 향후 민재이와 이환의 로맨스가 짙어질수록 이들의 삼각관계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민재이와 가람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과 노비의 관계지만, 목숨을 걸 정도로 서로를 깊숙이 생각하고 있다. 이미 진한 감정을 나누고 있는 이들이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밀도 있는 사건이 펼쳐지다 보니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회색빛에 가깝다. 밝고 로맨틱한 사극이 아닌, 감정적이고 진한 편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더하고, 깊은 서사의 중심으로 초대한다. 또 묵직하지만, 느리지 않다. 깊이감은 갖고가면서 속도를 높여 한 결 날렵한 전개를 펼치는 모양새다.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묵직함을 더한다. '화랑' 이후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박형식은 상처받은 세자의 눈빛을 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풋풋한 매력을 보여준 그의 연기 변신이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작품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전소니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마음속에 한을 품고 있지만, 당장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민재이의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슬픔을 눌러 담았다가 세자 앞에서 한꺼번에 터트리는 장면은 불꽃이 튈 정도다.

다만 묘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여성 캐릭터가 남장을 하고 내시가 된 채 세자 곁에 머무는 건 '구르미 그린 달빛'을 연상케 한다. 또 목숨을 걸 수 있는, 주인과 노비의 애틋한 케미는 '붉은 단심'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정혼한 사이였던 남녀가 헤어지고, 왕족의 곁에 머무는 건 최근 종영한 '금혼령'과 비슷하다. 때문에 작품의 앞으로 숙제는 이 기시감을 떨치는 것. '청춘월담'이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채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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