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골프코스에 ‘KK’가 뜬다. 프로야구 SSG랜더스의 에이스 김광현(35)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절 KK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것처럼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박금강(22·CJ대한통운)도 KK라는 이름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서울에서 만난 박금강은 “LPGA 투어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어렸을 때 TV에서만 보던 곳에서 직접 뛰게 되니 기쁘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박금강은 지난해 12월 퀄리파잉(Q) 시리즈 파이널에서 공동 9위에 올라 수석 합격한 유해란(22)과 함께 2023시즌 LPGA 투어 카드를 따냈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이름과 달리 국내에서 박금강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고교 3학년이었던 2019년부터 국내가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박금강은 “사실 처음부터 해외만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기 위해서는 입문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데 신경 쓰지 못하다가 신청 시기를 놓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해외로 나가자’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금강의 이름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박금강의 어머니 곽인경 씨는 “남편과 금강산 여행을 갔는데 안 생기던 애가 10년 만에 생겼다”며 “친정 아버지께서 사연을 듣더니 ‘금강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지만 너무 강하다고 생각해 ‘산’을 뺀 ‘금강’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독특한 이름이 어릴 때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박금강은 자신의 이름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왔음에도 영어 이름을 따로 짓지 않은 이유다. 그는 “외국 친구들이 제 이름을 발음하기는 힘들어 KK로 부르라고 했다. 이름에 K가 두 번 들어가기도 하고 쉬운 이름이라 KK로 정했다”고 했다.
2018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박금강은 이미 KK라는 이름으로 미국 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9년에 경험 삼아 출전한 Q시리즈에서 공동 51위에 올라 2부 투어 출전권을 따낸 그는 2021년 9월 머피 USA 엘도라도 슛아웃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3월에는 개막전인 플로리다 내추럴 채리티 클래식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박금강은 “LPGA 데뷔 첫 시즌 소박한 목표가 있다면 시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아직 시즌을 시작도 안 해 거창한 목표를 말하기는 이르다. 대회마다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170㎝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스윙으로 눈길을 끄는 박금강은 정교한 아이언 샷이 장점이다. “퍼팅 실수가 많은 점은 보완할 부분”이라는 그는 “전지훈련 기간에 아이언과 퍼팅 가리지 않고 연습할 계획이다. 모든 면에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무엇을 하든 단정 짓고 싶지 않다. 목표를 정하면 거기까지밖에 못 갈 것 같아서”라면서도 “굳이 이야기하자면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