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는 관객들에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수용하고 용서하고 서로 도와가며 살자고 메시지를 전하죠. 아이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메시지지만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죠. 지금처럼 대지진과 전쟁이 있는 어려운 시기에 더 필요한, 시대에 따라 구애 받지 않는 주제라는 점도 분명하고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고 오랜 기간 머물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981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래 40여년이 넘도록 인기가 떨어질 줄 모르는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캣츠’로, 덕분에 매일 적어도 세계 어딘가 한 곳에서는 극의 배경인 젤리클 세계 속 고양이들의 춤과 노래가 공연되고 있다는 우스개가 들린다.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에서 사회자 격인 고양이 ‘멍커스트랩’을 연기하는 배우 맷 크르잔은 지난 17일 서울경제와 만나 이 작품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멍커스트랩은 젤리클 세계에 사는 고양이들을 챙기고 보호하는 부지도자 위치의 고양이다.
무대에 상주하는 연출도 겸하고 있는 그는 “무대에서 이런 메시지들이 흐려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중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무리를 떠났다가 돌아오려고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로부터 배척당하다가 유명한 넘버인 ‘메모리(Memory)’를 부르며 용서 받는 이야기가 그 중심이다. 크르잔은 “배우들에게 고양이들이 그리자벨라를 증오하게 된 전사(前史)를 생각해보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동시에 우리가 타인을 따돌리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지 역지사지하는 자세도 가르친다”고 전했다.
‘캣츠’는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의 화려한 노래와 춤이 쉴 틈 없이 계속되는 쇼 뮤지컬이다. 특히 객석으로 나와서 관객 눈앞에서 공연하는 ‘플레이타임’은 이미 명물이 된지 오래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크르잔은 ‘플레이타임’에서 상당한 감명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다른 배우들에게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다지 믿지 않았다”며 “한국 첫 공연 날, 관객들이 이 정도로 환영하고 즐거워하고 신나 있을 줄 몰랐다. 긴장했던 게 사라졌다”고 돌아봤다. 반면 특별한 줄거리와 서사가 없는 작품의 특성상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 각 고양이마다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움직임 등에 특징을 둬 강조한다고 그는 말했다.
크르잔은 영국을 비롯해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캣츠’에 출연한지 올해로 만 19년이 됐다. 그는 “‘캣츠’만큼 훈련했던 노래, 연기, 춤 등을 십분 활용하는 작품이 없다”며 “공연을 하는 동안 저 역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2주 만에 처음 얻은 일자리가 ‘캣츠’의 스윙(앙상블 배우들의 보결) 역할이었다는 그는 “작은 앙상블 역할에서 지금 중요한 배역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안에서 나도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본인 외에도 지금 출연 중인 배우 대부분이 계속 ‘캣츠’와 함께 했던 이들이라고.
그는 ‘캣츠’에 대해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신비롭고 마법 같은 순간이 정말 많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동떨어진 세상도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훌륭한 노래와 춤, 이야기가 삶 속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만져주고 생각꺼리를 준다”며 “생각할 것을 갖고 극장을 떠날 수 있으니, 사람들이 이 작품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