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열풍 속에 챗GPT 사용을 의무화한 대학 수업이 화제다.
서울사이버대에 따르면 최근 이 대학 교양 과목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는 올해 1학기 수업에서 챗GPT 사용을 전적으로 허용했다. 게다가 과제를 제출할 때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수업을 신청한 학생 250여명은 모든 과제에 챗GPT를 사용하게 된다.
두 학기째 이 과목을 담당하는 정승익 서울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강의계획서에 "인공지능 챗봇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시간을 상당히 절약해주고 있다"며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챗GPT 사용을 승인한다"고 공지했다. 정 교수는 "기술 활용을 금지한 채 인간의 기본 능력만 발휘해 성과물을 만든다면 아마 인류는 아직도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기 문구는 ‘인간 지능’이 작성했고 아래 부분은 인공지능이 작성했다"며 챗GPT가 영어로 작성한 강의 소개 내용을 하단에 붙였다.
오픈AI사의 챗GPT는 지난해 11월 말 공개된 이후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논문과 과제를 무리 없이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메타버스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이기도 한 정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첨단 기술에 대한 강의인 만큼 당연히 신기술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며 "과제마다 챗GPT를 사용하라는 조건을 넣을 것이고, 챗GPT를 사용하지 않으면 감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똑똑한 사람은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거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겠지만, 챗GPT의 방대한 지식과 정보처리능력에 비해서는 옹알이 수준일 것"이라며 챗GPT를 적극 활용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챗GPT가 종종 엉터리 결과를 도출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검색 결과에서도 잘못된 정보는 나오고 그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는 것은 수용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와 한국외대도 챗GPT처럼 새로운 기술 사용을 무작정 금지하기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평가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방침이다.
다만 챗GPT를 악용한 부정행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교내 AI연구원과 함께 챗GPT를 활용한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툴 개발 등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일부 대학 교수는 개별적으로 학생에게 챗GPT 활용 금지 방침을 공지하기도 했다. 실제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올 봄학기 강의계획서에 "챗GPT를 과제 및 시험에 붙여넣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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