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장 불안에 떠는 나라는 동유럽의 소국 몰도바 공화국일 것이다. 인구 340만여 명의 몰도바는 우크라이나·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흑해 너머로 러시아를 마주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편할 날이 거의 없었다. 오늘날의 몰도바인 베사라비아 지역은 러시아·루마니아 등 주변 강국의 영토 분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다 1944년 몰도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편입됐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독립했지만 동부 친러시아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 편입에 반대하면서 독립을 선언하는 바람에 나라가 분열됐다. 주민의 30%가 러시아계인 이 지역은 1992년 6개월가량 내전을 겪었다. 게다가 휴전 이래 30여 년 동안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주둔해온 러시아군 1500여 명의 존재는 몰도바의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몰도바의 막연한 불안은 현실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병합해 몰도바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 협공의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가 친서방 노선의 몰도바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공작 의혹도 제기됐다.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에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대한 몰도바의 주권을 인정한 포고령을 철회하며 친러 지역에 대한 합병 시도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몰도바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서방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을 만나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몰도바에도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 냉혹한 현실 국제정치에서 힘없는 나라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것이 약소국 몰도바의 비애다. 스스로 힘을 키우고 가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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