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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이 한 집에… 시리아 난민은 재난 취약자"

현지 구호 활동 나선 김동훈 더 프라미스 상임이사

텐트 부족·여진 피해 도시 대탈출

정부·유엔 등 무관심에 나락으로

임대료 5배나 폭등… 쉴 곳 못 찾아

"음식 보다 주거 지원 먼저" 하소연

국제사회 선택적 인도주의 버리고

시리아·난민들 적극 지원 나서야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 사진 제공=더프라미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자는 시리아 난민입니다. 난민 캠프가 포화에 이르면서 도시를 벗어나 발 붙일 곳을 찾아 또다시 유랑을 떠나지만 쉴 수 있는 곳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정부나 국제사회의 지원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죠. 난민 속 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들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100년 내 유럽 최악의 강진으로 알려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의 진원지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는 27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이 처한 상황을 “최악의 상황”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했다.

김 이사는 더프라미스·굿월드자선은행 등 4개 한국 민간단체 소속 5명으로 구성된 현지 구호 합동 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원래는 각 단체에 지진 피해 소식을 전하고 시리아 국제 민간 구호단체인 ‘화이트헬멧’에 대한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진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 직접 지원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2주로 예상하던 체류 기간도 4주로 늘렸다.

시리아 난민들이 밀집해 있는 튀르키예 샨르우르파 지역의 건물들이 지진으로 무참하게 파괴돼 있다. 사진 제공=더프라미스


김 이사는 이번 지진의 ‘재난 취약자’로 시리아 난민을 꼽았다.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외면 속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탓이다. 튀르키예 난민은 자국 정부가, 시리아는 화이트헬멧·헬프시리아 등 현지 국제 민간 구호단체가 나서고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시리아 난민은 관심 밖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튀르키예 샨르우르파 지역에서 천막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들은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조차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식량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급식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이조차 들쭉날쭉하다. 그는 “시리아 난민 텐트의 경우 관리하는 주체가 없고 체계적인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일 당장 없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번 지진의 가장 큰 특징은 강도 높은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주 초 진도 6 이상의 여진이 발생한 데 이어 24일에도 5.0의 지진이 또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를 겪은 이재민들은 이제 도시를 떠나 안전한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튀르키예 남부 메르신과 같이 지진 피해 지역이 아닌 곳으로 난민들이 몰리는 이유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구호 활동에 나선 한국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튀르키예 샨르우르파 지역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더프라미스


문제는 시리아 난민들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면서 주거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 것이다. 캠프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피해 지역이 아니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모두 주거 문제는 관심 밖이다. 쉴 곳을 마련하려 해도 돈이 필요한데 이들에게 있을 리 없다. 결국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집고 살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메르신의 경우 지진을 피해 오는 사람들로 인해 임대료가 5배나 폭증하면서 우리나라 중형 평수의 규모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집에 최소 20명, 많게는 30명까지 함께 모여 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먹을 것, 입을 것, 일자리 다 필요 없으니 제발 쉴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 ‘선택적 인도주의’라는 말이다.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되 자국이 원하는 곳에만 관심을 두고 나머지는 철저히 외면한다는 것이다. 위선적 환경보호 활동을 ‘그린 워싱’이라고 칭하는 것처럼 선택적 인도주의도 ‘휴머니즘 워싱’일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이번 지진의 공식 명칭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이지만 실제로 시리아를 지원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시리아와 시리아 난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물 중심의 지원 방식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음식과 옷 같은 것을 전달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배분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그들에게 시급한 것은 당장 집을 구하고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현지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현물 대신 지원금을 직접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현지 활동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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