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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칼럼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北, 함경도·개성까지 아사자 넘치는데

정권 유지 위해 '핵무기 개발'만 올인

국제 사회는 '경제 제재' 카드로 압박

쇄국정책에 망한 명나라 교훈 삼아야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것 같다. 북한 내에서 경제적으로 낙후한 변방인 함경도 지역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유한 곳이라고 알려진 개성에서도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내부 자료를 발표하지 않아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다시 불거진 식량난은 북한 정부의 신양곡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곡정책은 장마당에서 개개인이 식량을 팔고 사는 행위를 금지하고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양곡관리소를 통한 배급 체계로 회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책 변화 과정에서 양곡관리소에서의 쌀 가격이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유통 과정에 충격을 주게 됐고 이러한 충격이 식량난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식량난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북한 당국은 각 지역의 양곡관리소와 식량 사정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섰고 개성에서는 무상 배급을 실시했다고 한다.

최근의 식량난을 포함한 북한의 경제 실패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북한이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 통계자료를 국제 기준에 맞춰 작성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남북이 분단됐을 때 또는 한국전쟁 직후 북한의 경제 사정은 남한보다 나았다고 한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북한의 한필화 선수가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은메달을 획득했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진출했다. 이같이 1960년대 각종 세계 대회에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북한 스포츠인들의 선전으로 유추해보면 한국전쟁 직후 북한의 경제 상황은 남한보다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자유로운 교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무시한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있었지만 한국전쟁 후 70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커졌다.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한계에 봉착한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를 목도한 북한은 남한에 경제적으로 뒤지게 되자 초조해졌기 때문인지 핵을 비롯한 각종 무기 개발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현재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해 국제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절실하다. 국제시장에서 국가 간 교역은 비교 우위, 부존 자원의 차이, 그리고 보다 규모가 큰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북한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 같은 논리적 결론은 방정식과 그래프로 표현되는 경제학의 모형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1390년대 명나라는 유럽에서 만주까지 지배하던 몽골의 원나라를 만리장성 밖으로 쫓아내고 중원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명나라 영락제는 이러한 중국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환관 정화에게 명하여 당시 중국인이 알고 있는 전 세계를 항해했다. 거의 30년에 걸친 7차례 원정 끝에 명나라에서는 정화의 원정이 비용은 많이 들고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배울 것이 별로 없으며 기껏 얻은 것은 외국의 신기한 물건뿐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며 외국과 교역을 중단하고 쇄국정책으로 돌아섰다. 국제시장에서 자초한 고립이 명나라 초기 많은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보였던 중국을 19세기에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만들었다는 교훈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북한은 이 같은 시장에서의 교역 이익 원리를 깨닫고 하루라도 빨리 무력 도발을 중단하고 개방에 나서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도 시장경제 원리, 교역의 이익을 저해하는 규제가 누적되면 엄청난 경제적 폐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교역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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