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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족처럼 지냈는데…" 노인 쌈짓돈 꿀꺽

코로나 시기, 고령층 겨냥 사기 2배

아르바이트 등 통해 친해진 뒤에

빚내 안갚고, 투자 등 미끼로 속여

인지능력 떨어지고 디지털 취약

경로당 등서 적극적 예방활동을

50대 여성 김 모 씨가 피해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김 씨는 카카오톡 1:1 채팅방을 단체 채팅방인 것처럼 속여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70대 A씨는 서울 한 식당에서 함께 일하며 친하게 지냈던 B씨로부터 최근 사기를 당했다. 시작은 ‘형편이 어렵다’는 B씨 말이었다. A씨는 200만원을 빌려줬으나 B씨는 돈을 갚을 날짜가 되면 각종 핑계로 시기를 차일 피일 늦췄다.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있다’는 말로 B씨가 A씨를 꾀었다. 단둘이 대화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단체방인 양 속여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사기행각은 4년이나 이어지면서 A씨가 B씨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1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B씨는 결국 A씨 등 피해자들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고, 현재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사기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식들을 변호사 등 전문직으로 키우고, 노후에 소일거리 삼아 주방 보조로 일하다가 B씨를 알게 됐다”며 “믿고 의지했던 동생이었던 B씨는 노인들이 인지 능력이 낮고, 디지털 기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를 쳤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60·70대 노인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범죄가 최근 4년 새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함께 1인 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60·70대 고령층을 노린 사기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층을 겨냥한 사기범죄는 4만6011건으로 지난 2018년(2만18건)보다 130%나 증가했다. 코로나 19로 대면 접촉이 줄었던 이 기간 전체 사기범죄는 단 20%가량 늘었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는 급증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는 2019년 3만4359건에서 2020년 3만8840건으로 증가했다. 2021년(3만6367건) 다소 줄기는 했으나 지난해에만 27% 급증하면서 최근 5년새 처음으로 4만건을 웃돌았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노인들이 가족, 지인 등과 상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을 노린 사기 범죄가 유독 폭증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1인 노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린 사기꾼이 증가했다”며 “처음에는 가까운 사이로 지내려고 접근하다가 이후에는 ‘통장이나 돈을 관리해주겠다’는 식으로 속여 돈을 빼돌리는 사기 유형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사기 범죄가 경기 불황으로 인해 더 늘었다고 분석한다. 경기 하락 시기, 남을 속여 돈을 갈취하려는 범죄자들에게 60·70대 고령층이 이른바 ‘쉬운 먹잇감’으로 인식되면서 이들을 겨냥한 사기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도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 수 자체가 늘었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의 경제적 욕구나 심리를 악용하려는 사기 범죄가 늘어났다”면서 “보이스피싱 뿐 아니라 판매 사기, 취업 사기 등 다양한 형태의 사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 범죄가 앞으로 더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맞춤형 범죄나 신종 수법까지 등장하면서 고령 피해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봉성 법무법인 보정 변호사는 “최근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맞춤형 사기 범죄도 늘고 있다”며 “기존에 있던 사기 사건에 더해 최근에는 신종 사기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앞으로 관련 범죄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경기가 안 좋아지면 돈을 정상적으로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에 타인을 기망해서 돈을 버려는 범죄 동기가 강해진다”며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상대적으로 범죄 타겟이 되기 쉬우므로 고령층이 많이 모이는 경로당이나 마을 회관 등에서 적극적인 범죄 예방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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