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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지켜야야 할 한국화…박생광·박래현이 했다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

7~29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김환기, 이우환.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 작가로 모두 1900년 대 초반 태어났다. 한 번 그림이 경매에 뜰 때마다 우리나라 그림 경매의 새 역사를 다시 쓰곤 하는 ‘화제성’ 가득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태어난 또 다른 두 명의 유명한 작가가 있다. 바로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 미술 입문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낯선 이름이다. 앞서 언급한 두 작가와 이들의 차이점은 바로 그림의 장르다. 박생광과 박래현은 ‘한국화의 대가’다. 서양화 작가의 작품은 듣기만 해도 ‘억’소리 나는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가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30대 초반의 작가가 그린 작품보다도 경제적 가치가 낮다. 최근의 이런 미술 소비 트렌드를 역조망하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다. 바로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이다.

우향과 그대로, 두명의 한국화 화가의 위대한 만남


박래현 ‘단장’. 사진=서지혜 기자


박래현 ‘향연’. 사진=서지혜 기자


전시는 우향 박래현과 그대로 박생광을 1부, 2부로 나눠 보여준다. 먼저 등장하는 박래현은 평안남도 진남포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여류 작가다. 박래현 전시는 시대순으로 나열되는데 이는 주최측이 의도한 바가 아니다. 박래현이 60년대, 70년대, 80년대 매 시기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진행했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작품 배치라 할 수 있다.

박래현은 남편인 운보 김기창과 함께 전통적 관념을 타파하고 판화·태피스트리(직물 공예)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동양화의 지평을 확대했다. 1950년대 작품은 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상적인 서정 풍경을 그리는 수묵화 였지만 1960년대 작품은 보다 추상화에 가까워진다. 브라질 상파울루 등 남미 지역에서 유학하며 작품 세계를 국내에서 국외로 확장한 덕분이다. 1970년대에는 그림의 양식이 아닌 재료에 변화를 준다. 현대 디자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련된 직물공예 작품들이 모두 이 당시에 제작됐다. 박래현의 작품은 순수 미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장식 미술과 생활 미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완성한 셈이다.



주최측은 박래현 전시의 끝자락에 커튼이 쳐진 밀실과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곳에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불상 같기도 하고 성모마리아 같기도 한 신비한 형상을 둘러싸고 함께 기도하는 듯한 모습을 그린 초기 작품 ‘기도(1959)’가 자리하고 있다. 박래현과 박생광 작품의 극명한 차이를 느끼기 위해 다시 전시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도록 한 기획이 돋보인다.

실제로 2부, 그대로 박생광의 전시관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색상과 마주한다. 박생광은 한국 채색화의 대가다. 그는 자신의 색채와 미감이 ‘그 자체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믿었다. 그런 의미해서 호를 ‘그대로’라고 지은 부분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재치있다.

박생광 ‘해질녘’. 사진=서지혜 기자


박생광 전시는 그의 작품이 1980년 안팎으로 크게 달라진 점에 주목한다. ‘모색기’라고 불리는 1945~1977년 사이 산수화, 풍경화 등의 작품은 미술 애호가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 ‘공백기'로 불린다. 32년간 무명에 가까웠던 박생광은 1977~1985년 사이 민화풍의 작품으로 평단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70대 이후에 전성기를 맞이한 것. 실제로 그의 수많은 작품이 사후에 전시회에 등장하고 ‘그대로 화풍’이라 불리는 작품 세계를 연구한 논문도 말년 이후에서야 등장한다.

미술품의 가치 지표는 가격 뿐일까?


최근 미술 트렌드는 ‘작품의 가격’만 논한다. 미술계는 “미술품 소장이 대중화 하면서 작품의 가치를 가격으로만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했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물론 가격은 중요한 가치 측정의 지표다. 하지만 미술 전시 트렌드가 가격만 보고 움직인다면 우리는 1900년대 전반기 한국화를 그린 박래환, 박생광과 같은 대가를 점차 잊게될 것이다. 김윤섭 대표는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과에 비해 작가들은 매우 평가절하돼 있다"며 “끊임없이 창작적 실험에 매진한 두 작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화의 공공적 가치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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