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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무기' 든 다윗, 꿈의 무대 유럽 대항전 노린다 [서재원의 축덕축톡]

◆74년만에 EPL 오른 브렌트퍼드

'프로 갬블러' 벤엄 회장이 팀 인수

클럽 운영에 데이터 분석 툴 활용

10년만에 리그 3부서 1부로 승격

6위와 3점차…유로파行 '청신호'

매슈 벤엄 브렌트퍼드 구단주. 브렌트퍼드 구단 홈페이지




브렌트퍼드 선수들이 7일 풀럼과의 EPL 26라운드 경기에서 3 대 2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다른 무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다윗이 같은 무기를 사용한다면 전투에서 질 거예요.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야 하고 그것은 브렌트퍼드의 이야기입니다.” (라스무스 안케르센 전 브렌트퍼드 단장)

축구판 ‘머니볼’로 불리는 브렌트퍼드가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데이터 분석 툴을 클럽 운영에 접목한 뒤 10년 만에 3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한 팀이 이제는 유럽 무대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렌트퍼드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1889년 창단된 후 134년의 역사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하부 리그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EPL로 승격했는데 이는 브렌트퍼드가 1947년 2부 리그로 강등된 후 무려 74년 만의 일이었다.



브렌트퍼드의 역사는 매슈 벤엄 회장이 클럽을 인수한 2012년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엄 회장은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와 머니볼 등의 방법론과 유사한 통계학적인 접근을 축구에 접목하며 팀의 반등을 이끌었다. 프로 갬블러이자 베팅업체인 ‘스마트오즈’를 창립한 그는 데이터 분석을 클럽 운영에 도입한 뒤 팀을 10년 만에 3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시키며 효과를 입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부사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던 벤엄 회장은 ‘숫자의 힘’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클럽 운영에도 같은 원칙을 고수했는데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기존과 다른 스카우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이와 기록 등 단순한 수치가 아닌 지금은 많이 알려진 기대 득점(xG) 등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고 경기의 승패 확률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외면당한 뒤 하부 리그 팀을 전전했던 이반 토니(잉글랜드)가 올 시즌 EPL 득점 3위(15골)에 오른 것도 브렌트퍼드의 획기적인 스카우트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아카데미 시스템을 한동안 폐쇄하는 대신 B팀(2군)을 운영해 싼값의 선수를 성장시키고 비싸게 팔아 효율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EPL 대표 골잡이로 거듭난 올리 왓킨스(애스턴 빌라)가 브렌트퍼드 B팀 출신의 대표적인 예다.

데이터 분석을 접목한 브렌트퍼드의 축구는 EPL 무대에서도 통했다. 승격 첫해인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전통 강호 아스널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 뒤 13위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고 이번 시즌에는 유럽 대항전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브렌트퍼드는 7일(한국 시간) 열린 2022~2023 시즌 EPL 26라운드 풀럼과의 홈경기에서 3 대 2로 승리해 순위를 9위(승점 38·9승 11무 4패)로 끌어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또 다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6위 뉴캐슬(승점 41)과는 불과 3점 차다.

만년 하부 리그 팀이 이제는 클럽 역사상 최초로 유럽 대항전 진출을 꿈꾸고 있다. EPL 7위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5~6위는 유로파리그, 4위 이상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4위(승점 45) 토트넘과 격차는 7점이지만 2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추격도 가능한 위치다. EPL 사무국도 “브렌트퍼드가 풀럼전 승리로 유럽 무대를 향한 희망을 부풀렸다”고 조명했다. 영국 BBC는 “풀럼전 승리 후 브렌트퍼드 팬들은 ‘우리는 유로피언 투어에 갈 거야’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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