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영국지사를 인수하기 위해 영국 런던은행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공식적인 제안을 보냈다고 BBC와 로이터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은행은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로 컨소시엄을 꾸렸으며, 이날 공식 인수 제안서를 SVB 이사회와 영국 재무부, 영국 중앙은행(BOE)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왓슨 런던은행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SVB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커뮤니티를 고려하면 (SVB 영국지사가) 파산하도록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SVB가 영국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이어가는 동시에 영국이 은행 부문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앞서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SVB의 파산에 따라 해법을 내놓기 위해 총리, BOE 총재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영국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칠 위험은 없지만 유망한 기술 및 생명공학 기업 중 일부에는 심각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IT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고객들의 불안과 염려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이들의 필요 운영자금과 현금흐름이 확보되도록 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SVB 영국지사가 이날 저녁부터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개인 예금자의 경우 최대 8만5000파운드(약 1억3400만원)까지 보호 받는다. 하지만 이 한도를 넘는 예금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국 정부도 SVB 영국지사의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BBC에 “바클레이스, 오크노스 등 영국 주요 은행들이 입찰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드, 아부다비 왕가의 투자회사 로열그룹, 소프트뱅크 지원을 받는 오크노스, HSBC 홀딩스 등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SVB 영국지사에 묶여 있는 영국 스타트업의 자금은 약 30억 달러(약 3조97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SVB 영국지사에 계좌가 있는 영국 스타트업은 300개 이상이며, 이 중 3분의1 이상은 파산에 따른 대책이 없으면 한 달 이내 유동성 문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금융 규제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SVB 영국지사의 대출 규모는 290억 달러(약 38조4000억원), 채권은 10억 달러다. 예치금 총액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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