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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가보다 높은 액면가로 담보물 평가…ESF 자금도 동원

[SVB 파산 후폭풍]美, 은행 유동성 긴급 지원

기금이 국채·MBS 담보로 대출

은행 1년후 대출금 미상환 대비

ESF 통해 250억弗 신용공여도

위기설 도는 은행들 유동성 확보

이달 기준금리 0.25%P 인상 유력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샌드힐로드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12일 미국 정부는 유동성 위기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SVB 고객의 모든 예금을 전액 보호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 직전인 12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정부가 전격 발표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에 대한 광범위한 구제 조치는 이번 사태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은 반드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파산 은행의 예금 전액 보증과 일반은행이 보유한 담보의 액면가 인정 등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금융시장을 엄습한 공포 심리가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이날 미국 정부가 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발(發) 금융 시스템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 한도(25만 달러)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해준다는 것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새로운 기금(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만들어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금 전액 보호 ‘선제 조치’=우선 미국 정부가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총 1515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SVB 예금을 보증하기로 한 것은 또 다른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자들의 도산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월요일인 13일부터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주들의 인출이 막힐 경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직원에게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미 당국은 동시에 SVB와 비슷한 규모의 은행 예금주들이 더 안전한 월가의 대형 은행으로 대거 예금을 옮기며 은행들의 연쇄 도산이 벌어질 가능성을 주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은 이에 따라 ‘금융 시스템 위험 시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방은행법 조항에 근거해 SVB와 더불어 이날 추가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금주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의식해 이번 조치가 은행을 살리기 위한 구제금융이 결코 아니며 납세자의 추가 부담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은행 담보물 액면가 인정=이날 연준이 내놓은 또 다른 해법인 BTFP는 SVB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의 위기를 차단할 방어막을 설치한 것이다. 연준은 BTPF를 통해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주택담보부증권(MBS) 등을 담보로 1년 만기의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서 은행들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SVB처럼 유동성 위기도 찾아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은행이 연준으로부터 돈을 빌려 대응하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담보를 액면가치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은행이 보유한 채권은 지난 1년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시장가치가 하락(금리 상승)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들의 지난해 미실현 손실이 6200억 달러에 이르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연준은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액면가치를 그대로 담보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가령 A은행이 100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사들여 보유하고 있고 이것의 시장가치가 70억 달러가 됐더라도 연준은 이를 100억 달러어치 그대로 담보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미 당국은 이에 더해 은행들이 1년 후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 재무부가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최대 250억 달러 규모의 신용 보호를 연준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평가는 긍정적=위기설이 도는 은행들을 상대로 한 연준의 맞춤형 지원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제2의 SVB’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던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연준과 JP모건으로부터 7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날 확보한 추가 유동성은 은행권 예금 인출에 대비해 연준이 마련한 새로운 대출 창구와는 별개의 것이다.

미 금융시장은 이 같은 당국의 신속한 조치들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위기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비보험 예금주를 보호한 조치와 관련해 “예금주들의 패닉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되는 가운데 SVB 사태의 여파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고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골드만삭스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한 가운데 페드워치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5% 이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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