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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모기업 파산보호 신청…퍼스트은행에 300억弗 긴급 수혈

■부실은행 유동성위기에 공동 대처

금융위기 일단 막자 공감대 확산

JP모건·씨티·웰스파고 등 동참

바이든행정부, 물밑서 적극 조율

옐런·파월 등 회동 지원안 이끌어

팩웨스트은행도 자금 확충 논의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미국 11개 은행은 부실 우려가 커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총 300억 달러의 예금을 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은행 11곳이 위기에 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한 자금 수혈에 나섰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론 금융 업계까지 나서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한편 대량 인출 사태를 막지 못해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모기업 SVB파이낸셜은 결국 당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단기 혼란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금리로 근본적인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11개 은행은 보유 자금으로 총 300억 달러를 마련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예치한다고 발표했다. JP모건과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가 50억 달러씩을 투입하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24억 달러를 넣는다. BNY멜런과 PNC은행·스테이트스트리트·트루이스트은행·US뱅크도 10억 달러씩을 입금한다. 이들은 해당 예금이 보호 한도(25만 달러)를 넘어선 무보험 예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취지다. 은행들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모든 규모의 은행에 대한 신뢰와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며 “지역 은행과 중소 규모의 은행은 우리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설명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SVB가 무너진 후 추가 붕괴 1순위 은행으로 꼽혔다. 스타트업과 밴처캐피털 고객 비중이 높고 예금 보호가 되지 않는 초과 예금(1195억 달러)이 65%를 차지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가능성이 지속됐다.

이번 조치의 막후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4일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한 지원을 논의했다. 이때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예금 형태로 지원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다이먼 회장은 이후 한 은행권 행사에서 이를 업계 임원들과 논의했다. 발표 당일인 이날 오후에도 옐런 장관과 다이먼 회장은 재무장관 사무실에서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금융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JP모건과 연준은 이미 12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해 총 7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제공했지만 시장은 안심하지 않았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지원 이튿날인 13일에도 60%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A-에서 투기등급인 BB+로 4단계 낮추기도 했다.

이번 조치의 평가와 전망도 엇갈린다. 오데온캐피털그룹의 전략가인 딕 보브는 “연준과 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으로 단기적 은행 불안은 끝났다”고 봤다. 반면 WSJ는 “은행들의 자금 수혈은 일회적”이라며 “예금이 줄어드는 은행에 계속 체계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 상원에서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고 재확인한다”면서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다고 확신해도 좋다”며 우려 차단에 집중했다. 이와 함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한 업계의 자금 공급으로 네 번째 은행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팩웨스트은행도 아틀라스SP파트너스 등 투자사들과 유동성 확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VB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은 17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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