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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덕(역사덕후) 극작가의 덕업일치…창작 뮤지컬 밀리언셀러 쾌거 이뤘다

뮤지컬 '영웅' 한아름 작가 인터뷰

28일 기준 100만 관객 돌파…"감회 새롭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시장 진출이 영웅의 최종 목표"

3월 17일~5월 21일 블루스퀘어 연장공연

한아름 작가. 사진=손홍주 작가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뮤지컬 ‘영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창작 작품이 저평가 받던 척박한 국내 시장에서 ‘일제·동아시아’라는 주류에서 동떨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탄생했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다. 14년간 각종 국내 뮤지컬 상을 휩쓸던 뮤지컬 ‘영웅’은 오는 28일 관객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예매율 기준) 국내 창작뮤지컬 중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품은 2007년 ‘명성황후’, 소극작 공연 ‘빨래’(2022년) 이후 세 번째다. 뮤지컬 ‘영웅’의 이같은 성공에는 이미 전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성공시킨 윤호진 에이콤 예술감독의 안목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작품을 대중에게 알린 일등 공신은 사실 ‘스토리’다. 안중근의 일대기가 아닌 ‘마지막 1년’에 집중한 기획, ‘누가 죄인인가’ 등 대중가요 만큼 인기를 끈 넘버, 항일운동 영웅들의 결의에 찬 대사. 서울경제는 17일부터 시작될 뮤지컬 ‘영웅’의 연장공연을 하루 앞두고 이 모든 스토리의 창작자 한아름 작가를 만났다.

한 작가는 역덕(역사 덕후)이다. 연극·뮤지컬의 극본을 쓰다 생계를 이유로 영화 시나리오에 몰두해 있던 한 작가가 다시 ‘역사 뮤지컬’로 돌아온 것도 조선시대 궁중을 배경으로 한 전작 ‘왕세자 실종사건’ 덕분이다. 당시 안중근 소재의 작품을 기획 중이던 윤호진 감독이 이 작품을 보고 한 작가를 찾아온 것. 하지만 합류를 결정한 후 실제로 ‘영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5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안중근을 소재로 한 콘텐츠 중 첫 번째 성공사례가 돼야 하는 만큼 제작사가 스토리와 기획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한 작가는 “모든 스탭과 배우들이 5년간 블라디보스토크, 하얼빈 일대를 수 차례 답사 하며 작품을 기획했다”라며 “2009년 이전에는 안중근을 소재로 한 콘텐츠 중 성공 사례가 없었던 만큼 더 많이 공부해야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에이콤




역사물은 각색이 쉽지 않다. 특히 대중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콘텐츠 각색에 예민하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나열 하기만 하면 관객의 흥미를 끌만한 극적 서사를 만들기 어렵다. 극본을 집필하며 한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작품 속 가상의 여성 ‘설희’가 대표적이다. 당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찾던 한 작가는 “조선시대에 지금의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정보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헌에서 찾았다"라고 설희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조직에 여성이 있다면 그건 조선시대 귀족이 아닌 여성 중 학식이 가장 뛰어난 궁녀일 것이란 상상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경찰과 독립군의 추격신도 그의 구상이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 시절 경험한 야외 익스트림 스포츠를 떠올려 감독에게 격렬한 추격이 있는 장면을 제안했고, 이는 관객을 압도하는 웅장한 무대로 탄생했다. 작가는 “2009년 당시 대중들은 규모가 큰 서양 뮤지컬에 열광하고 있었는데 작품을 웅장하고 세련되게 만들고 싶어 이같은 연출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영웅’은 초연 2년 만인 지난 201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크 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브로드웨이는 뮤지컬의 꿈이지만 한 작가와 ‘영웅’팀에게는 단지 출발점일 뿐이다.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작가는 “침략을 한 나라와 받은 나라의 역사관은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경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강대국에서 공연하고 싶었다”라며 “안중근 스토리는 강대국(유럽, 미국 등)에서 서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작품 후반부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동양평화(한일 양국이 협력해 평화를 이루는 것)’에 큰 비중을 할애한 것도 같은 이유다.

작가는 “동양평화는 방대한 내용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안중근의 염원이면서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연을 본 후 반드시 그 내용을 찾아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2막의 넘버 ‘동양평화’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28일께14년 만에 밀리언셀러 창작 뮤지컬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작가는 “한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이런 큰 기록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라며 “뮤지컬 ‘영웅’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 업계에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뮤지컬 영웅은 17일부터 5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연장 공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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