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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대신 싼집 찾아…노트북도 중저가로

고물가에 허리띠 졸라맨 대학생들

1만원 이하 밥집 정리글 인기

'1000원 학식' 아침부터 만원

후배 밥사주는 문화도 사라져

전자기기는 가성비가 트렌드

20일 오전 서울 고려대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엄카(엄마 신용카드)’를 계속 쓸 수 없잖아요. 우선 밥값이라도 줄여야죠.”

고물가 속에 개강 시즌을 맞은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라졌던 대면 행사가 진행되고 교재비 등 새 학기에 들어갈 돈은 많지만 기본적인 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좁아진 취업 문으로 장기간 ‘취준생’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이들은 가장 기초적인 ‘밥값’부터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0일 각 대학들에 따르면 ‘취준’ 하는 고학번의 전유물이었던 가성비 식당에도 신입생들의 발길이 늘어났다. 서울대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에는 최근 학교 인근 1만 원 이하 리스트를 정리한 글이 게재돼 인기를 끌었다. 리스트에는 순두부찌개(5400원)·손칼국수(6000원)·만두칼국수(7000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 서울대 학생은 “1·2학년 때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기였다”며 “요새는 물가가 많이 올라 밥값을 아껴야 모임이나 술자리에 나갈 수 있어 허름한 식당에도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생 식당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국대 재학생 강문성(23) 씨는 “교내 식당 중 한 곳은 주문 대기 시간이 20분을 훌쩍 넘어 많은 학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의 또 다른 학생은 “학생 식당이 입맛에 맞지 않아도 가격을 생각하면 갈 수밖에 없다”며 “식당의 퀄리티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측에서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1000원 학식’을 운영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고려대 ‘천원의 아침밥’이 재개된 20일 오전 8시께 학생 식당에는 배식 시작 전부터 학생들이 줄을 이뤘다. 이날의 메뉴는 돈육간장볶음과 계란국. 기본 메뉴 외에도 셀프 바에 놓인 계란 프라이와 식빵을 추가로 찾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가장 먼저 식당을 찾은 김수아(22) 씨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지난 학기 시험 기간부터 이용했다”고 말했다. 신입생 권단욱(20) 씨는 “학교 인근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인데도 외식을 하면 하루 2만 원 지출은 기본이라 부담된다”고 전했다. 자취생 최순철(28) 씨도 “수험 생활을 하면서 하루 두 끼를 챙겨 먹는데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뿌듯해했다.

신입생들에게 선배가 밥을 사주는 ‘밥약’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대학 3학년인 강 모(23) 씨는 “오른 물가에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일도 최근에는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가희(22) 씨도 “후배들과 밥을 먹는 곳이 몇 군데 정해져 있는데 메뉴마다 1만 원을 훌쩍 넘어 고민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휴대폰·노트북 등 대학 신입생들의 필수품인 전자기기도 가성비가 트렌드가 됐다. 주요 e커머스에는 40만~6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레노버 등 중저가 노트북이 판매량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월 상품의 인기도 높아졌다. 고려대 4학년 박수현(26) 씨는 최근 학업을 이유로 휴대가 간편한 태블릿 PC를 구입하려다 가격을 보고 놀랐다. 박 씨는 “가격이 너무 비싸 가장 저렴한 2021년형 모델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김 모(30) 씨는 “같은 사양이면 무조건 싼 것을 산다”며 “예전에는 브랜드를 따졌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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