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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대중 가드레일' 뜯어보니…최악 면했으나 '장비 통제'가 큰 변수

①생산 능력 기준은 ‘웨이퍼 양’…칩은 더 생산 가능

②첨단 메모리 기준 D램은 18나노, 낸드는 128단

③'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최대 변수…외교력 절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연합뉴스




미국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보조금 ‘가드레일’ 규정에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담겼다. 다만 ‘생산능력’을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의 ‘양’으로 규정해,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아도 기존에 운영하던 중국 공장에서 웨이퍼 생산량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미세공정을 통해 공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면서도 “미국과의 개별 협상 과정에서 실리를 챙기고, 오는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서 추가 유예를 얻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하고 60일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한다고 밝혔다.

①생산 능력 기준은 ‘웨이퍼 양’…칩은 더 생산 가능

미국 상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우려했던 기술적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5% 생산(증가) 제한을 넘지 않고 미국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면서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지 않는 한 반도체법이 새로 부과하는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반도체법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material expansion)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날 공개한 규정안에서 상무부는 ‘실질적인 확장’을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또 ‘중대한 거래’ 규모를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로 정의했다. 이 금액을 넘어설 경우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장의 웨이퍼 안에서도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면 더 많은 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다”면서 “장비 통제 유예가 지금처럼 적용된다면 국내 업체들의 중국 공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②첨단 메모리 기준 D램은 18나노, 낸드는 128단

상무부는 이날 범용 반도체 기준으로 △로직 반도체는 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은 18나노미터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정의했다. 이보다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새로운 시설의 건설, 새 반도체 제조 능력추가 등을 통해 5% 이상 생산능력을 늘리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에서 미국이 규정한 범용 반도체보다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일반적으로 5%의 생산능력 확장 제한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 중 약 40%를 생산하고 있고, 쑤저우에서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D램 생산의 약 5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중국 다롄에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공장을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중국을 생산 능력 확대의 전진 기지로 삼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제시한 범용 반도체의 기준도 주기적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반도체법에 2년마다 범용 반도체의 정의를 다시 검토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③'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최대 변수…외교력 절실

이날 발표된 미국 반도체법의 ‘대중 가드레일’이 중국 공장의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여전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적용 받고 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를 1년 유예 받았으나, 올해 다시 유예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중국 공장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서 다시 유예를 받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아우른 중국 반도체 업계 전체를 상대로 광범위한 규제의 틀을 만들었다. 당시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핀펫 또는 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나노 로직 반도체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 및 생산 장비의 수출이 사실상 통제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대중 가드레일에서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허용한 취지가 있는 만큼, 올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협상 과정에서도 이같은 방침이 이어지도록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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