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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정부가 출퇴근 앱이라도 만들어달라"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책 요구 목소리 커져

'공짜 야근' 공공연한 횡행에도

판례·관행탓에 정부 개입 한계

근로시간 기록이 현실적인 방안

체불 진정·감독 효율화 등 기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청년유니온’ 대표단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A 씨는 ‘주 40시간 근무 사무직’이라는 채용 공고를 믿고 B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B기업은 야근수당·휴일수당 모두 임금에 포함된 포괄임금을 시행하고 있었다. 두 달 초과근무 시간을 합치면 190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A 씨처럼 고용노동부가 다음 달 내놓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노동계는 포괄임금이 ‘공짜 노동’을 만들고 있다며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폐기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은 판례로 인정된 현장 관행이어서 정부가 나서서 폐지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정부가 출퇴근 시간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보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는 고용부에 출퇴근 기록 정부 앱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민간에 맡겨둔 출퇴근 기록 관리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자는 취지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포괄임금을 당장 폐기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출퇴근 앱을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은 근로계약에 따라 실제 연장근로 시간과 무관하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고용부와 근로기준법상 인정돼 운영되는 제도가 아니다. 법원이 감시·단속적 근로와 같이 근로시간 책정이 어려운 업종과 상황들을 인정하면서 생겨난 현장 관행이다.

포괄임금 문제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담기면서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이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면담 후 포괄임금 폐기를 원한다는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MZ세대 노동조합’으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22일 이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포괄임금 대책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공짜 야근, 임금 체불, 근로시간 산정 회피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적정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비율이 32%에 달했다.



포괄임금의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가 일한 시간만큼 적정임금을 못 받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법원 판례를 벗어나 근로시간 책정이 가능한 사업장까지 포괄임금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고용부는 법원이 포괄임금을 인정한 데다 스스로 만들지 않은 제도를 관리·규제하는 게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물론 포괄임금 사업장이라도 근로계약을 벗어난 연장근로 강요와 이로 인한 임금 체불은 위법이다. 하지만 사업장의 임금 체불을 적발하기도 구조적으로 어렵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포괄임금 사업장은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시간을 제대로 알 수 없다”며 “근로자가 고용부에 근로시간을 근거로 임금 체불 진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출퇴근을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정부 앱이 대안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는 포괄임금 자체를 폐지하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국회 검토 보고서는 “인사·노무관리가 취약한 영세 사업장이 개별 근로시간을 측정하고 기록·보존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러 정부 앱은 민간기업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포괄임금 사업장은 일반 사업장보다 야근 강요와 같은 갑질이 이뤄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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