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의 이번 시즌 샌드 세이브율은 2위(71.43%)다. 대략 10차례 벙커에 들어가면 7번은 파 세이브에 성공한다는 의미다. 투어 평균은 50.04%로 임성재가 약 20%포인트나 높다. 임성재가 원래부터 벙커샷을 잘 했던 건 아니다. PGA 투어에 데뷔했던 2018-2019시즌에는 48.95%로 118위였다. 4시즌 만에 ‘벙커샷의 달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임성재는 처음 PGA 투어에 발을 내딛었을 때 어떤 부분에서 타수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PGA 투어는 핀 위치가 고약한 곳에 꽂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그린을 놓치는 경우도 잦았는데 정상급 선수일수록 타수를 쉽게 잃지 않았다. 쇼트게임의 중요성에 눈을 뜬 임성재는 벙커에서 살다시피 했다. 지금도 하루에 최소 30분은 벙커샷 연습을 한다.
연습량이 많은 만큼 웨지 교체 주기도 빠르다. 벙커샷에 사용하는 60도 웨지의 경우 3개 대회마다 바꾼다. 그루브가 닳으면 컨트롤에 변화가 생기는데 PGA 투어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전과 똑같이 하기 위해 임성재는 연습 때도 물에 적신 수건을 바로 옆에 두고 웨지를 수시로 닦는다.
임성재는 벙커샷을 할 때 체중을 왼발에 60% 정도 미리 실어주고 클럽페이스를 많이 오픈하는 편이다. 대신 손이 볼보다 앞서는 핸드 포워드를 하지 않는다. 스탠스도 일부러 열거나 바깥으로 가파른 각도로 백스윙을 하지 않는다. 볼을 깎아 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대신 페이스를 열어준 만큼 무릎을 약간 굽혀 주저앉고 그 상태 그대로 안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코킹만 조금 일찍 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다운스윙을 할 때도 샤프트가 아니라 헤드가 먼저 움직이고, 임팩트 때는 손을 풀어준다는 느낌을 갖는다. 셋업 자세대로 임팩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일정한 스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임성재를 지도하는 최현 코치의 설명이다. 셋업 때 미리 옮겨놓은 체중 덕분에 임팩트 이후 몸통 회전은 수월하게 이뤄진다.
페이스 각과 무릎 각도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윙이 끝난 상태에서도 페이스가 몸을 향하고 있다면 페이스 각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달 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0번 홀에서 찍힌 임성재의 벙커샷 사진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
최현 코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페이스를 활짝 열어주는 것에 겁을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가 모래에 박히는 것”이라며 “페이스를 과감히 열어야만 바운스 각도를 이용할 수 있다. 열어둔 상태 그대로 부드럽게 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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