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글로벌 시장에 데뷔했다. EV9은 500㎞ 이상의 주행가능거리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 등 상품성을 앞세워 플래그십 전기차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기아는 29일 ‘더 기아 이 브이 나인(The Kia EV9)’을 소개하는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열었다. EV9은 현대차(005380)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기아의 두 번째 모델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3열 대형 SUV가 많지 않아 EV9은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EV6는 기아가 새 브랜드로 재탄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EV9은 브랜드의 전동화 대전환에 방점을 찍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500㎞ 이상 목표
EV9은 99.8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공력 성능을 강화해 1회 충전 시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 475㎞를 갈 수 있는 EV6 롱레인지 모델보다 주행 가능거리를 30㎞ 이상 늘렸다.
또한 350kW급 충전기로 25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온도 제어로 충전 속도를 최적화하는 ‘배터리 컨디셔닝’, 냉난방 독립제어로 소모전력을 줄여주는 ‘후석 독립 공조시스템’ 등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으로 부족함 없는 주행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EV9은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350Nm의 2WD 모델과 최고출력 283kW, 최대토크 600Nm의 4WD(사륜구동) 모델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4WD 모델은 ‘부스트’ 옵션을 구매하면 최대 토크를 700Nm까지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5.3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할 수 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 디자인 철학 반영
EV9 디자인은 기아의 ‘오퍼짓 유나이티드’ 철학을 반영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대비적인 조형의 조화’를 뜻한다.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디자이너로서 대비적 조형이야말로 아름다움이고 영감이라 생각한다”며 “EV9은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차체의 웅장함과 개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면부에 자리한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은 내연기관의 그릴을 대체하며 비점등 시 차체와 색상이 같아 깔끔한 인상을 준다. 측면부는 웅장한 차체 비율로 대형 SUV의 정체성을 전달하며 직선과 부드러운 입체감이 함께 느껴지도록 디자인해 단단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후면부는 리어 램프가 넓은 차폭을 강조하며 전면부와 통일감을 준다.
실내는 편평한 바닥과 긴 휠베이스 등 E-GMP의 장점을 활용해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크롬 소재 사용을 줄였고 탑승자의 손이 닿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소재를 적용해 안락함을 주도록 했다. 12.3인치 클러스터·5인치 공조·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넓은 화면을 통해 탑승객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이날 기아는 GT-라인(line)의 디자인도 추가로 공개했다. GT-라인은 기본 모델 대비 전·후면 범퍼와 휠, 루프랙에 검정색의 차별화한 디자인을 적용해 강인한 인상을 갖췄다.
‘배터리 보호’ 설계…첨단 안전사양 적용
기아는 EV9에 초고장력 핫스탬핑 부품을 적용해 차체의 강도를 높였다. 실제 충돌 상황을 고려한 B필러(차체의 두 번째 기둥) 하단부 신규 연결구조를 세계 최초로 적용해 측면 충돌 시 승객실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충돌 시 에너지가 분산될 수 있도록 차체를 설계했다. 특히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차체 구조물 간 연결되는 부분을 강화했고 차체 바닥면의 강성을 높였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대거 적용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후측방 모니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의 기능으로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를 돕는다.
2분기 韓 사전계약 계획…"경쟁력 있는 가격 설정"
기아는 이달 31일부터 4월 9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EV9과 EV9 GT-라인을 전시한다. EV9(2WD·4WD)을 시작으로 추후 GT-라인 모델과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을 더해 총 4가지 제품군을 운영한다.
2분기 중 EV9(2WD·4WD)의 정부 인증 절차가 완료되면 국내 기준으로 확정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와 상세 트림별 사양을 공개하고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계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태평양 등 글로벌 시장에도 차례로 출시한다.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기아는 EV9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송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과 상품 구성으로 많은 고객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받으려면 가격이 5700만 원 미만이어야 한다. 가격이 5700만~8500만 원인 전기차는 보조금 절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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