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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월급도 못줘…소아과 간판 내린다"

개원 의사단체 '폐과' 선언

1인당 진료비 30년째 1.7만원

수입 감소로 5년간 662곳 폐업

의사협회 활동 회원 3500여명

진료과목 다른 과로 전환하기로

복지부, 상황 점검 대책반 구성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29일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 인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 의사들이 수입 감소 등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가 30년째 동결된 가운데 최저임금과 물가가 나날이 오르고 있는 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출산 기조와 코로나19에 따른 진료량 급감이 맞물리면서 의원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폐과’를 선언한 배경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 인사’ 기자회견에서 “아픈 아이들을 고쳐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한없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은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인턴 1년, 레지던트(전공의) 3년의 수련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주어진다. 이들의 폐과 선언은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의로서 소아청소년과가 아닌 다른 과목 진료를 보겠다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과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진료 과목을 전환한 의원들이 많은데 현재 의사회에서 활동 중인 회원 3500여 명 모두가 이번 기자회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수입은 25% 줄었다. 정치인들이 마구잡이식 선심 정책을 펴는 동안 그나마 지탱해주던 예방접종은 100% 국가 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다”며 “올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의 경우 질병관리청이 기존에 소아청소년과에서 받던 접종료의 40%만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지급된 진료비는 5134억 원으로 10년 새 24.7% 줄었다. 2019년 8073억 원에서 2020년 5216억 원으로 1년 새 35.4% 하락한 데서 코로나19 충격파가 컸음을 실감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다른 진료과와 달리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다. 진찰료로만 수익을 내는 셈인데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0년간 1만 7000원가량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2021년 표시 과목별 진료비를 살펴보면 소아청소년과는 5134억 원으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2.7%를 차지해 가장 적었다. 고질적 저수가 구조 속에서도 그나마 박리다매로 버텨왔는데 유례없는 저출산과 팬데믹이 겹치면서 환자까지 줄어 회생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올 상반기 전국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6.6%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의대만 나온 의사(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일반의)보다도 수입이 적다. 직원 2명의 월급을 못 줘서 1명을 내보내고 그나마 남은 직원의 월급마저 못 줘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결국 지난 5년간 662개에 달한다”며 “소아청소년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사실상 30년째 동결 상태로 동남아시아 국가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등에 대한 보상 강화와 소아 응급 진료 기능 강화 등을 담은 소아 의료 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 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각각 4곳씩 늘리고 24시간 소아 전문 상담센터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 정책이 대부분 병원급에 치중돼 있어 개원 의사들이 체감할 만한 혜택은 없다고 토로한다.

복지부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과 소아 의료 체계 개선 대책 발표 이후 매월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분기별 이행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의료 현장과 소통하면서 국민들의 소아 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황을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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