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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실패한 伊 시민소득





“사람들이 음식을 얻을 수월한 방법이 없다면 지구상의 어떤 형벌도 도둑질을 막을 수는 없다. 차라리 모든 사람들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영국 법학자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소설 ‘유토피아’에는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기본 생계를 보장해주는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이 등장한다. 18세기 이후로도 토머스 페인, 버트런드 러셀 등 서구의 일부 사상가들이 주장해온 기본소득은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서 활발한 논의 대상이 됐다.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부터 특정 인구 집단에 국한한 준기본소득 실행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이탈리아의 ‘시민소득’도 그 중 하나다. 시민소득은 2019년 이탈리아의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의 제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가계소득이 월 780유로에 미치지 못하거나 임대주택에 사는 성인들에게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준다. 이탈리아 전체 가구의 5.3%인 140만 가구가 이 제도로 매월 평균 550유로를 받았다. 하지만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킨 시민소득 제도의 부작용은 뚜렷했다. 연간 70억 유로의 재정 투입으로 이탈리아의 만성적 재정 적자가 더욱 악화했고 근로 의욕이 떨어진 저소득층이 외려 빈곤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이탈리아 우파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 1월부터 시민소득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명칭도 ‘포용수당’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최대 12개월 한도, 월 350유로로 지급액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민소득 폐지 수순을 밟는 이탈리아와 달리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를 재점화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전 국민 대상 100만 원의 기본소득 제공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기본소득 완성을 향해 단계적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재원 대책도 없는 유토피아적 구상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 이번 총선에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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