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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한미·한일 정상회담, 숫자로 환산하기 힘든 엄청난 변화 가져올 것"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인터뷰

대담=이철균 산업부장

尹노래로 韓 이미지 확 바꿔…'가치 동맹' 미국인에 큰 감동

경제부문 성과 갈리지만 단기적 손익만으로 회담 평가 안돼

日, 과감한 결정 못내려…우리가 적극 나서면 얻을게 더 많아

향후 경협 제대로 이뤄지면 한국이 세계적 공급망 한 축 될수도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환경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김 직무대행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라는 가치 동맹의 이야기를 비롯해 의회 연설, 예고 없는 노래 한 곡이 미국 지도자들에게 상당한 감동을 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방미에서 경제사절단 구성을 주도하는 등 존재감을 내보인 김 직무대행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핵심 경제 현안에 대해 “한국에 특별한 고려를 해줘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성과를 전했다. 한일정상회담을 놓고서는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관계가) 정상화되면 한국 국민과 기업들이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으로서 핵심 과제인 전경련 위상 회복과 관련해서도 “전경련이 새롭게 거듭나면 탈퇴한 4대 그룹도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아래는 김 직무대행과의 일문일답.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尹 노래 한 곡으로 어마어마한 변화 가져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개괄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윤 대통령이 부른 노래 한 곡과 영어 연설 하나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산업계, 지식인에 대한 이미지를 확 바꿔버렸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에 가서 작은 거래를 하나 하더라도 옛날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것이 얼마라고 감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환경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방미의 직접적인 또 하나의 큰 성과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소위 자유라는 가치의 확산, 그리고 가치 동맹의 이야기가 미국 국민들과 지도자들에게 상당히 감동을 줬다는 점이다.

-경제 부문의 성과를 두고서는 의견이 갈린다.

△단기적 손익으로 정상회담을 평가하면 안 된다. 투자를 59억 달러 유치했다 등의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는 기회만 주어지면 다른 나라의 국민들보다 10배, 100배 더 활용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번 회담은 그런 기회의 장을 열었다는 게 큰 의미다. 게다가 단기적인 과제에서도 우리가 주고받는 데 손해 난 것도 없었다. 충분히 주고, 받을 만큼 받았다.

-IRA나 반도체지원법을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지 않았는데.

△충분히 그런 것을 얘기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결국은 반도체지원법·IRA로 인해 한국이 그 덕을 보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지정학적 입장 등에서 한국이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걸 얘기했고 바이든 대통령 또한 거기에 화답했다. 가치 동맹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가치 동맹이 중요하면 한국에 대해서 IRA 법안이든 반도체지원법이든 특별한 고려를 해줘야 되지 않느냐’고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런 걸 하루아침에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참여시킨다는 게 의미가 남달라 보이는데.

△그렇다. 그만큼 우리가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국도 한국을 굉장히 필요로 하고 있고 중국과의 대립 구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미국은 기술과 공급망 체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경제·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 미국이 강해지는 만큼 자유민주주의 체계가 강해지는 것이라 우리로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그것이 한국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우리는 이런 내용을 외교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 설명이 이번에 상당히 통했다고 본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좀 더 껄끄러워질 것 같다.

△중국을 찾아가서 술 마시고, 밥 먹고 이런다고 해서 안보가 확보되는 게 아니다. 경제 자체가 안보가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선을 그을 것은 그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이나 기술·서비스 분야의 우위를 점해야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첨단산업으로 계속 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첨단 과학 분야에 대해서 힘을 쏟고 혁신 역량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중국도 우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변화할 수 없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걸 중국에 분명히 전하고 그것을 전제로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



日, 과감한 결정 못 내려…우리가 적극 나서야

-한일정상회담이 곧 열린다. 1·2차 회담의 성과를 전망한다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면 한일 관계가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 일본은 내각제 국가다.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여기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뒤집어졌던 기억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트라우마도 있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한일 관계 개선은 없다. 일본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일본 경제계도 움직이지 않는다. 관계가 정상화되면 의사 결정에 있어서 빠르고 혁신 역량이 더 높은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얻을 게 더 있지 않겠나. 손해가 나는 듯해도 우리가 한일 관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2차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문은

△최소한 서로가 자극적인 일을 서로 안 해야 한다. 역사의 문제는 역사학자들에게, 또 영토 문제는 그 나름의 어떤 논의 구도에 맡기고 정치인들은 미래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라고 윤 대통령이 말했다.

-한일 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잃은 게 많았다. 어떤 사람은 일본과 관계를 끊으니 우리 스스로 개발하지 않나, 이런 얘길 하는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개발 비용도 많이 들고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도 힘들다. 일본의 앞선 기술과 한국의 기술이 서로 융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 세계 공급망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것을 알아야 한다.

"전경련 위상 달라져…4대 그룹도 복귀할 것"

-취임 이후 전경련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이 다시 한일정상회담이나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재계 회의를 주도했다. 그러면서 위상이 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위상을 되찾는 거다. 이런 일은 정부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돼야 할 수 있다. 내가 전경련을 맡으면서 정부에서 ‘(전경련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정상회담 지원 임무를) 맡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성·현대차 등 4대 그룹의 복귀 또한 시급한 과제일 텐데.

△전경련이 이제 새롭게 거듭날 텐데 거듭나는 방향은 여러 가지가 강조될 것이다. 지금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연구 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앞장을 서는 기구가 될 것이다. 기업의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확장하는 쪽으로 노력을 하고 그런 방향의 개혁안이 나오면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여기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 일이다.

-취임 이후 6개월 임기만 보내겠다고 공언하셨는데. 차기 회장을 찾는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나.

△6개월만 한다고 해서 6개월 후딱 손을 떼고 모르쇠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 뒤에 어떤 직책을 맡든 전경련 근처에서 혁신 작업에 대한 조언도 하고 실제 뛰기도 하고 할 것이다. 회장 찾는 작업은, 아직 차기 회장을 누구를 모실 거냐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은 전경련의 개혁 방향과 이어지는 실천적인 스텝을 봐야 한다. 그래야 각 기업 회장들도 하겠다, 안하겠다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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