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 그동안 다수의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현행법상 군인과 군무원만 고엽제 피해 지원을 받아 왔다. 시는 민간인 피해자 실태조사를 거쳐 고엽제 민간인 피해자 지원 조례 제정 검토는 물론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시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DMZ 내 민간인 마을 대성동 주민 실태 조사 등을 지원한다고 8일 밝혔다. 이 지역 주민 상당수가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고엽제후유증환자’는 1964년 7월 18일부터 1973년 3월 23일 사이에 월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살포지역에서 복무했던 군인과 군무원, 1967년 10월 9일부터 1972년 1월 31일 사이에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복무했던 군인이나 군무원 등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남방한계선 밑에서 실질적으로 고엽제 피해를 당했던 민간인은 제외된 상황이다. 고엽제는 초목 및 잎사귀 등을 말라 죽게 하는 제초제로 독극물 성분이 포함돼 있어 인체나 동물 등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하는 위험 물질로 분류돼 있다.
고엽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은, 1953년 정전 협정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조성한 ‘자유의 마을’로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위치하며 약 140여 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고 있는 영농지역이다.
이 지역에 고엽제가 살포된 것은 1967년부터 1971년까지다. 실제 미국 보훈부는 이 기간 남방한계선 상 DMZ 일부 지역에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정부에서도 1993년 관계 법령을 제정해 남방한계선 인접 지역에서 복무한 군인과 군무원에 한해서만 피해 지원을 해오고 있다.
결국 피해 민간인은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해 왔다. 대성동 주민들은 그동안 주민들이 백혈병, 심장질환, 말초신경병 등 고엽제 후유의증으로 사망하거나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아무런 피해지원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경일 시장은 “미국 보훈부와 정부에서 남방한계선 상 고엽제 대량 살포 사실을 인정한 만큼 당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던 민간인들도 고엽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실제 대성동 마을 주민들이 고엽제 후유의증으로 고통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대성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빠른 시일 내 고엽제 노출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부에서 피해 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파주시 자체 지원을 위한 관계 조례 제정 검토는 물론 정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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