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줄 유적으로 주목되는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실해졌다. 1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한국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가야고분군을 평가한 뒤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을 조사한 뒤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한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다음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다. 가야고분군이 등재에 성공할 경우 이것은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는 16번째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코모스는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공존하면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해 온 ‘가야’를 잘 보여주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점에서 기준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하나로 묶은 연속유산이다. 경상북도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상남도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전라북도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으로 구성된다. 이들 고분군은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삼국’으로 통칭 되는 고구려·백제·신라에 비해 가야는 역사 기록이 적고 이에 따라 후세에서도 덜 주목받았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옛 문헌에도 가야는 단편적인 사실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지의 왕국’ 가야를 드러낼 단서로 꼽혀온 자료가 바로 수많은 무덤이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한반도 남쪽에는 가야와 관련한 고분군이 780여 곳 남아있다. 구릉 능선을 따라, 혹은 나지막한 언덕에서 조성된 무덤을 모두 합치면 수십 만기에 달한다. 그 안에서 나온 수많은 토기, 철기, 장신구 등의 유물은 가야의 면면을 담은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또 “가야 고분군이 총 7곳의 가야 유적을 모은 연속 유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연속유산은 지리적으로 서로 접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유산을 포함한 것으로, 같은 역사나 문화적 집단에 속하거나 지리적 구역의 특성을 공유할 때 적용할 수 있다.
당초 김해와 함안 고분군, 고령 고분군 등이 각각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해 잠정목록에 올랐으나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가야고분군’으로 묶어 등재를 추진하기로 하고 총 7곳의 유적을 선정했다. 앞서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등 주요 사찰 7곳을 묶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 등재)이 비슷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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