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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한미동맹 → 경제안보 '선순환'…IRA등 기업 우려 덜 후속조치 필요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안보동맹 강화로 통상현안 풀 여건 조성

한일 관계도 개선…3국 협력 영역 넓혀

칩스법 등 해법 부족했단 지적 있지만

'한국 기업 부담 줄인다'는 원칙 합의

美 NSTC 참여로 첨단산업 진입 기회도

장관급 공급망·산업 대화 내실 꾀하고

전기차 사업 등 연방·지방정부와 협력

우리 기업 애로 줄여 회담 실익 챙겨야

사진 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 때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의 보조금과 관련한 우리 기업들의 애로를 윤 대통령이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는 지적일 것이다.

정상회담의 목적은 국익이므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미국 측에 적극 제기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보조금 관련 사항은 이미 양국 실무자 간 협의가 여러 차례 있었고 현재 시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원칙적인 사항에 합의하고 세부 조항은 장관급 회의나 실무진 간에 협의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한미 안보 동맹이 강화된 만큼 반도체 보조금 등 세부 사항을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경제안보 실익의 실현을 위해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대통령 순방 기간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법·IRA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투자 조건과 기업 애로에 대해 협의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참여, 한국형원자로(APR-1400) 기술 수출 관련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협의,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등 한미 통상 현안은 장관급 회의에서 다뤄졌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는 다양한 이슈에서의 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했기에 정상회담의 실익을 누릴 수 있는 분야가 많다.

경제안보는 경제와 안보의 합성어다. 안보에 대한 굳건한 인식 공유 없이 경제안보를 달성할 수 있을까.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정상회담 개최 이후 한미 간 경제안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경제안보 당국 간 대화 채널이 개설됐고 보조금 세부 규정에 대해 양국 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뤄졌다. 그 결과 앞으로 현대차·기아가 미국 조지아주에 조성 중인 조립 공장을 완공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의 핵심 광물 가공이 보조금 요건을 충족해 국내 배터리 생산 생태계 유지가 가능해진다. 투자 및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조기에 완공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력하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통상 당국의 남은 과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확실히 한미 동맹 강화에 무게 중심을 뒀지만 이는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다. ‘워싱턴 선언’이 나온 지 이틀 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복귀시키기로 했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당초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했다가 일정을 앞당겨 지난 일요일 방한했다.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자극을 받았을 수 있고 한일 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인 우리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공조 체제가 강화될 것이고 경제안보에서의 3국 간 협력 영역과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중 패권 전쟁은 첨단 기술 경쟁이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은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현재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첨단산업의 패권을 쟁취하려면 앞으로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국가와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해 자국에 대한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칠 위협을 면밀하게 살펴왔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의 미국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나 기업 인수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이제 미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도 국가안보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해외우려단체(FEOC)에 대한 투자를 방지하고 동맹국 간 기술 동맹 및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에도 자국의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투자 규제 방침 준수를 요청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의 공급망 구축과 더불어 인권·자유·민주주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첨단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설명한 NSTC는 양자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기술 생태계 운영의 첫 사례가 될 것이다. 반도체법에 근거한 NSTC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110억 달러를 투입한다. NSTC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사실상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 진입할 기회를 놓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관련 해법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은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원칙에 대해 한미 정상 간 합의가 있었고 미국이 자국의 산업 정책 차원에서 입법된 내용에 대해 예외적 조치를 받아내려면 “상당히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의 경제 분야에서 실익을 거두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양국은 앞으로 핵심적인 경제·에너지 안보 협력 심화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키고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의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화 채널을 조기에 가동하고 국내 관련 기업 및 전문가와 소통해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IRA 이행과 관련해 FEOC 기준 및 리스트 제정, 핵심 광물 관련 요건 완화, 전기차 배터리 부품 및 부가가치 계산 방식 등을 협의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줄여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현대차·기아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 SK그룹과 한화그룹의 미국 현지 배터리 및 태양광 사업의 애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온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에 접견한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성사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 도착 당일인 24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4년간 25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25일 투자신고식에서는 코닝 등 미국 첨단 기술 기업의 19억 달러 등을 포함해 총 59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27일 윤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기가팩토리 투자를 요청했다. 정상회담에서 유치한 투자가 실제로 이뤄지도록 정부 당국은 대통령 방미 후속조치팀을 가동해 세제·입지·인력·금융 등의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지정학적 및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국과의 관계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동맹 체제에 설 수밖에 없으나 대중국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미국의 중국 견제와 디커플링 정책, 중국의 ‘쌍순환’ 내수 중시 정책 기조, 미국발 신국제통상질서 등을 면밀히 분석해 한중 경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중심의 기존 ‘팩토리 아시아’ 재조정을 우리의 수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수출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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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 정책 및 경제안보·수출통제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국회 입법자문위원, 국제통상학회·한국협상학회 회장, 외교통상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안보분과 위원장, 통상교섭자문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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