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으나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 우려가 상당하다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미시간대의 5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3.2%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전망 2.9%를 0.3%포인트나 상회한 것이다. 5년 이상 장기 인플레 기대는 4월에 3.0%였으며 한동안 2.9~3.1% 범위에서 오르내렸다. 여기에 단기인 1년 인플레 기대 역시 4.5%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장기 인플레 기대가 높다는 것은 고물가가 오랜 기간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금리 동결 시기를 저울질하던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을 보면 인플레가 서서히 둔화하는 것처럼 보이나 미시간대 수치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시간대 발표가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살려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5년 이상 인플레 기대가 최근의 상승 범위를 넘어섰고 지난해 6월 0.75%포인트 인상을 이끌어낸 3.3% 수준에 근접했다”며 “6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의미 있게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시간대 발표에 앞서 연준 내부에서도 여전히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 압력이 줄지 않고 노동시장이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연준은 추가로 기준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것”이라며 “연준 정책은 한동안 충분히 제한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FOMC 회의 전에 나오는 데이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인플레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소비자 심리도 악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5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57.7로 전월(63.5)보다 5.8포인트 하락했으며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지수도 53.4로 전망(60.8)을 크게 하회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레이얼 브레이너드 전 부의장의 백악관 이동으로 공석이 된 연준 부의장 자리에 필립 제퍼슨 이사를 지명했다. 그는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을 지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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