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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네이버 ‘불공정 약관’ 논란이 남긴 것

김경훈

디지털편집부장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 전환기 맞아

'뉴스 정보 활용' 쟁점으로 떠올라

언론과 기술의 협력 필요한 시점

네이버 '언론 생태계' 지원 고민을





‘네이버는 서비스 개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직접, 공동으로 또는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가 3월 30일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에 전달한 ‘뉴스 콘텐츠 제휴 약관 개정안’ 제8조 3항 내용의 일부다.

지금까지는 네이버 계열사가 연구나 개발을 목적으로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려면 사전에 언론사의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이런 장애물을 걷어내겠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주요 신문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즉각 의견서를 내고 “통상적인 정보의 활용 범위를 벗어나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뉴스 서비스 외에 정보를 활용하는 부분은 언론사에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가 약관을 전면 수정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파문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뉴스 데이터 학습을 쟁점으로 벌어진 네이버와 언론사 간의 첫 갈등 사례라는 점에서 기존의 충돌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AI 기술 전환기마저 뉴스를 헐값에 넘기면 안 된다는 언론계의 위기감이 자리한다. 과거 정보 전달의 도구였던 뉴스가 정제된 데이터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상황에서 네이버와의 계약 조건도 다시 논의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올해 출시할 계획인 자체 생성형 AI 개발 과정에서 뉴스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 뉴스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다량의 정보가 필요한데 팩트 체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언론 기사는 그중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AI의 뉴스 무단 사용이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미국의 주요 언론사 뉴스 데이터를 학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사들이 “우리가 노력을 투자해 만든 가치 있는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뉴스 데이터 학습이 AI 고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언론은 대가 협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언론이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지적에 힘이 실린다.

“기술적 전환기에 축적된 데이터를 통한 기회가 생기는데 한국 언론은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들 재무적 여건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기술을 가진 쪽과 협업해 (콘텐츠)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

미디어 업계의 한 디지털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언론과 기술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언론사들이 공들여 만들어낸 양질의 기사를 유통하는 창구로 ‘심층기획’ 탭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의 행보는 언론과의 협업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사실들을 종합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독자 지향형 기사를 통해 저널리즘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대등한 협업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독자와 기사 소비 분석은 그 출발점이다. 각종 뉴스 관련 데이터를 가진 네이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 개선 방안’ 보고서는 “자사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누구며, 어떤 지점에서 독자들이 이탈하는지, 어떤 기사가 관심을 받는지 등을 토대로 뉴스 콘텐츠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용자 데이터 공유와 분석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미디어 커넥트데이’ 행사에서 네이버는 이렇게 말했다. “가치 있는 기사들이 독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네이버는 다시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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