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낙태 금지 시기를 당초 임신 22주에서 6주 이후로 단축한 법안이 주 상원을 통과했다. 이미 헨리 맥마스터 주지사가 법안이 이송되면 곧바로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법제화가 확실시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미국 남부에서 대부분의 주정부가 엄격한 낙태 금지법을 마련한 가운데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마저 낙태 금지법을 강화하며 결국 불법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 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이같은 낙태 금지 법안이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강간 및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에 한해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응급 의료 상황일 때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폐기한 뒤 낙태 규제에 대한 법적 권한은 개별 주(州)에 넘어갔다. 현재 50개 주 가운데 20개 주 이상이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역시 그동안 낙태 금지법을 거듭 통과시키려 했지만 이른바 ‘상원의원 자매들(Sister Senators)’라 불리는 5명의 여성 의원의 필리버스터로 가로막혀 왔다. 이들은 공화당의 샌디 센, 카트리나 실리, 펜리 구스타프슨 의원, 집권 민주당의 마지 브라이트 매슈스 의원, 무소속 미아 매클라우드 의원이다. 5명은 당파를 초월해 합법적 낙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주목을 받아왔지만 끝내 ‘머릿수 대결’에서 이기지 못했다.
센 의원은 “우리가 오늘날 하고 있는 일은 불법 낙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되레 야기할 것”이라며 “언젠가 우리 가정의 십대가 6주 전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불법 낙태 시도로 결국 죽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16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함께 남부에서 비교적 낙태 접근이 쉬운 곳으로 평가되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임신 12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낙태금지 강화안이 법제화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합법적 낙태 치료를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던 여성들의 발길이 가로막혔다”고 평했다. 이제 미국 남부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일리노이, 캔자스, 뉴멕시코 등 최소 중서부까지 이동해야 낙태로 인한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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