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에서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외국 분들도 한국 애니메이터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요.”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픽사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한국계 2세인 피터 손 감독 외에도 다수의 한국인 스태프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김혜숙 애니메이터·아놀드 문 크라우드 테크 리드와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그들이다.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작품에는 스태프들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뤄서 더욱 특별한 작품”이라며 “픽사에서는 한국인 20여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인종·다민족이 함께 모여 일하고 있는 픽사지만 최근 특히 한국인 애니메이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 애니메이터는 “한국인들은 다른 국가와 달리 많이 꼼꼼하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남들보다 일을 열심히 해서 성실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인이 인정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얌전한 한국인들이지만 작업물은 활기와 센스가 넘치는 데에도 많이 감탄한다고 전했다. 이 애니메이터는 “한국인들의 센스와 코드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많이 궁금해한다”며 “K드라마와 빠른 유행 변화 습득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버즈 라이트이어’ 등을 작업해오며 한국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넘은 이 애니메이터는 “지금도 이민자로서 미국에 적응 중이다”라며 “한국인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인종차별 등의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받고는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애니메이터는 내년 개봉할 픽사의 2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에도 참여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피터 손 감독 역시도 애니메이터 출신인 만큼 이 애니메이터 역시 언젠가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감독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자아 실현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로 나오면서 겪었던 문화적 충격들을 소재로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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