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부산 또래 여성 살해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여성 상대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관계적 측면의 지원이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1인 가구 여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SNS 신원확인 절차와 범죄 예방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사이버 성범죄 피해자 104명 중 98%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 보면 피해자 104명 중 20대 피해자가 30명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10대 14명(13%), 30대 13명(13%), 40대 7명(7%) 순이었다.
SNS는 가입 절차가 간단하고, 성인 인증 절차가 허술해 사회경험이 적고 혼자 거주하는 10~20대 젊은 여성이 범죄에 쉽게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SNS을 활용한 여성 대상 범죄는 주로 성범죄가 주를 이룬다. 실제 경기 남부경찰청은 최근 10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착취물 ‘수 천 개’를 만든 최모씨 등 25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일당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SNS를 이용해 피해아동 A(12)양에게 접근해 친말감을 형성한 뒤 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8~9월 SNS를 통해 ‘보살펴주겠다’며 미성년자 4~5명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관계를 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최근에는 SNS에 익숙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범죄도 빈번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의 '로맨스 스캠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로맨스 스캠 범죄 유형으로 접수된 신고 280건 중 여성 피해자는 200명으로 전체의 71.4%에 달했다. 피해자가 사기범을 만난 곳은 ‘인스타그램’이 75건(27.7%), 소개팅 앱 ‘위피’ 38건(14.0%) 등 SNS가 대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단순 사기를 넘어 살인과 강간 등 더 큰 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1인 가구 여성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82만 명이었던 1인 여성가구는 2021년 358만 명으로 최근 5년새 30여% 크게 늘었다.
부산 또래 여성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정유정 역시 과와 중개 앱을 통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했다. 집안에 혼자 있던 피해자는 자신을 중학교 3학년이라고 속인 정유정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익명성에 기댄 SNS 범죄를 막기 위해 신원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대면 접촉 시 공개된 장소를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SNS을 통한 범죄는 익명성에 기댄 경우가 많아 신원 확인 절차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을 부득이하게 만날 때는 공개된 장소에서 보거나 동행인과 함께 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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