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며 119를 부르지 말아달라는 노인의 말에 병원비로 쓰라며 20만원을 준 안경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19일 오전 서울 충현동에서 노인 반태훈 씨는 상가 입구에 들어서다 어지럼증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참 뒤 일어나 걸음을 옮겨봤지만, 걸을 수가 없었다. 반씨는 가족 없이 홀로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10분 넘게 일어서려는 시도를 하다 실패한 반씨는 일어서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반씨는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고 머리가 팽팽도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곳에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근처 안경점 사장 김모 씨가 다가와 반씨에게 말을 걸었다. “119를 불러주겠다”는 것이었는데, 반씨는 “내가 기초생활수급자다. 돈이 없다. 119를 부르지 말아달라”라면서 119를 불러준다는 김씨의 도움을 거절했다.
그러자 김씨는 가게로 다시 들어가 5만원 지폐 네 장, 총 20만원을 가지고 나와 반씨에게 건넸다. 당시 반씨는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김씨가 했던 이 말은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반씨는 김씨가 “‘돈이 문제입니까. 사람 목숨이 중요한 거죠’라면서 생면부지인 내 손에 20만원을 쥐어 주더라”라고 전했다. 김씨는 반씨에게 20만원을 주면서 “이 돈 안 갚아도 돼요”라고 했다고 한다.
반씨는 JTBC와 인터뷰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이런 사람이 있나). 자꾸 눈물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김씨의 도움으로 반씨는 제때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이후 김씨의 안경점을 다시 찾아 감사인사를 했다.
감사인사를 받은 김씨는 “(반씨가) 심근경색 같았는데, 그러면 초 다툼이다”라며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너무 하찮은 일이다. 그 분(반씨)이 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안경점은 서울 충정로 역사 안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른바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곳에 착한 소비로 보답하겠다는 의미의 신조어)’을 내줘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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