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2분기 요금 인상 이후 추가 발행한 한전채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2년물 2600억 원, 3년물 1400억 원 등 총 4000억 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2년물에는 8700억 원, 3년물에는 45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총 1조 3200억 원의 수요가 몰렸다.
발행금리는 2년물 4%, 3년물 4.06%로 각각 결정됐다. 한전채 인기가 여전해 동일 만기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각각 3.9bp(1bp=0.01%), 2.3bp 낮게 발행됐지만 금리 자체는 4%선을 유지하며 조달 부담을 높였다는 평가다.
3월 중순 3%후반대로 내려왔던 한전채 2년물과 3년물 발행금리는 지난달 25일 4%대에 재진입했다. 5일 발행한 4000억 원 규모 한전채도 2년물 4%, 3년물 4.03% 수준에서 발행을 마쳤다.
앞서 한전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된 지 하루 뒤인 지난달 16일 4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 3.85%의 2·3년물에 총 2조 원이 넘는 수요가 몰렸다. 이후 추가 발행을 자제하다가 3주 만에 한전채 발행을 재개했으며 다시 일주일 만에 추가 발행을 단행한 것이다. 요금 인상 후 발행한 한전채만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한전채 발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채 발행 규모는 1분기 8조 100억 원, 2분기 현재 3조 1400억 원이다.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자본시장의 정상적 기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발행 규모를 상당 폭 줄인 결과다. 이경록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한전채의 경우 국제 원료가격 급락과 소폭의 요금 인상 등으로 영업적자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 발행량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여름철이 시작되는 3분기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비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자 누적으로 신규 발행은 또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2분기 들어 한전의 채권 발행이 줄었지만 기업어음(CP) 발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전의 CP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3조 2500억 원에서 올 1분기 말 4조 5000억 원으로 늘었고 12일 현재 5조 3000억 원에 이른다. CP는 만기가 1~3개월로 짧아 조달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에 포함되지 않아 발행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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