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박쥐 같은 동물들의 지역적 분포가 달라지고 피해도 입고 있어요. 동물들과의 공존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합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14일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그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의 강연을 위해 100개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자리가 모자라 수십 명이 서 있어야 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전면 해제된 후 서울국제도서전도 4년 만에 본격 재개됐다. 올해 총 36개국, 530개 출판 기업·단체(국내 360곳, 해외 170곳)가 참여해 부스를 꾸렸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41개국, 431개사(국내 313곳, 해외 118곳)보다 참여국은 적지만 출판사는 더 많다.
이날 도서전을 찾은 김진영(37) 씨는 강연 직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왔는데 환경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서점이나 도서전을 자주 찾는데 코로나19 시절에는 그러지 못해 심했던 갈증을 드디어 풀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 안톤 허 번역가(‘저주토끼’ 번역), 얀 마텔 소설가(캐나다) 등이 참여하는 10여 건의 강연과 토크쇼에는 서서 듣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날 하루 2만 명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18일까지 진행된다.
최고 인기 부스는 대원씨아이였다. 이 회사가 마련한 ‘슬램덩크 단독관’ 앞에는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기다란 줄이 늘어섰다. 시간당 1000부 이상의 책이 팔렸다고 한다.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기대보다 호응이 좋고 추가 주문을 했다”고 전했다. 올해 주빈국으로 참가한 아랍에미리트(UAE)의 토후국 샤르자도 전시장 입구에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이날 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축사를 통해 “전 세계는 독특한 한국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우리 도서에 주목하고 있다”며 “더 많이 알려져 세계 출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됐다고 하는 오정희 소설가의 도서전 홍보 대사 위촉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기자회견 뒤 개막식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이 진압하면서 충돌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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