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 5명의 기관장이 해임 건의 조치를 받고 12명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해임 건의와 경고 조치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성과급 삭감과 자율 반납 대상도 15곳에 달했다. 더욱이 해임 건의와 경고 조치 대상 기관장 17명 중 16명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을 확정했다. 이번 평가 대상 기관은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57개, 중소형 기관 37개 등 총 130개다. 정부는 최고 등급인 ‘탁월(S등급)’은 단 한 곳도 주지 않았다. ‘우수(A)’ 19곳, ‘양호(B)’ 48곳, ‘보통(C)’ 45곳이었다. ‘미흡(D)’과 ‘아주 미흡(E)’은 각각 14곳과 4곳이었다.
기재부는 ‘아주 미흡’을 받거나 2년 연속 미흡을 받은 기관 9곳 가운데 재임 기간이 짧거나 한국철도공사처럼 해임된 기관장을 제외한 5명을 대상으로 해임을 건의했다. 해당 기관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한국건강증진개발원·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한국소방산업기술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다. 5명 모두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됐다.
정부는 D등급을 받은 14곳 가운데 해임 건의 대상을 제외하고 2022년 말 6개월 이상 재임한 기관장 7명에 대해서도 경고 조치했다.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8개 기관 가운데 현재까지 재임 중인 기관장 5명도 경고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12곳 기관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제외한 11곳의 기관장 역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의 ‘희비’를 가른 기준은 윤석열 정부가 도입한 재무성과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강도 높은 공공기관 혁신을 주문하며 경영 평가 기준을 대폭 개편했다. 문재인 정부 때 강조했던 사회적 책임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낮추는 대신 재무성과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높였다.
추 부총리는 이날 “이번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첫 번째 평가”라며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의 핵심 기조를 반영해 효율성과 공공성을 균형 있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효율성을 앞세워 재무성과를 중요 평가 기준으로 반영하다 보니 당기순손실이 확대된 기관은 D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D등급에는 한국전력과 한국토지주택공사·인천항만공사·강원랜드·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이름을 올렸고 최하위인 E등급에는 한국철도공사와 보훈복지의료공단·청소년활동진흥원·건강증진개발원이 포함됐다.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18개 기관은 내년 경상경비가 0.5~1% 깎이게 된다.
재무 상황이 악화한 에너지 공기업은 전반적으로 등급이 하락했다. 대한석탄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재무 위험이 높은 9개 에너지 공기업은 임원과 1~2급 직원의 성과급이 삭감된다. 이 중 석탄공사·지역난방공사·가스공사의 경우 임원은 전액, 1~2급 직원은 50%가 삭감됐다. 한전 재무구조 악화와 관련성이 높은 발전 자회사 6곳(중부·서부·남부·남동·동서발전·한수원) 역시 임원 성과급 50%, 1~2급 직원 25%의 삭감 조치가 내려졌다. 2022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한국광해광업공단·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임원에게는 성과급 100% 자율 반납을 권고했다. 한수원은 삭감 이후 잔액의 100% 반납 권고를 받았다.
경영 실적 미흡 사유로 기관장이 경고 조치된 곳은 강원랜드와 독립기념관·한국국토정보공사·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사회보장정보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한국해양수산연구원 등 7곳이었다.
반면 재무성과가 탁월했던 한국수자원공사와 해양환경공단을 포함해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산업단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총 19곳은 A등급인 우수 평가를 받았다. 부산항만공사·한국석유공사·예금보험공사·국립생태원 등 총 48곳은 양호(B)로 평가됐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첫 번째 경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관 대부분이 그동안 여당에서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교체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 평가 D등급으로 상임감사가 경고 조치를 받은 KOTRA·한국연구재단·한전KDN 등 3곳 모두 야권 인사나 전 정권에서 국가정보원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상임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경영 평가를 계기로 공공기관장은 물론 상임감사까지 포함한 대규모 인사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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