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반 학생들은 보통 중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수학 심화 과정까지 진도를 끝냅니다. 아드님은 사실 지금도 늦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동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저희 학원 근처에 엄마랑 둘이 방을 얻어서 다니는 친구도 많아요. 아이들을 위해 이 정도 지원은 다들 해주세요.”
‘초등 의대반’ 등 선행학습 열풍에 사교육 시장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발맞춰 대형 입시 학원들의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19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학원 업체인 하이컨시(시대인재)의 지난해 매출액은 2620억 원으로 2020년(1073억 원)에 비해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이컨시는 강남과 목동에 각각 지점을 두고 재수 종합 학원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대성 역시 지난해 매출액 2108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0년(1483억 원)에 비해 40%나 급성장했다. 디지털대성은 수능 인터넷 강의 브랜드인 ‘대성마이맥’과 함께 노량진·강남 등 7개 지점에서 대성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학원들의 매출 급성장은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25조 9538억 원으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에 달했다. 2007년 약 22만 원에서 15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소규모 인원이 듣는 단과 학원의 한 달 수업료가 40만 원에 달하면서 수학과 국어 수업을 수강한다면 한 달 사교육비는 80만 원을 넘는다. 예체능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을 다닌다면 비용은 배가 넘는다. 체육 입시 학원의 경우 실기 시험 직전 수강료가 500만 원을 웃돈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경우도 상당수다. 고등학생 박 모(17) 양은 “중학생 때 학교 선생님부터도 고등학교 과정 선행학습을 하라고 강요했다”면서 “입학하기 전에 고등학교 과정 커리큘럼을 적어도 세 번은 돌려야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해당 교사는 박 양에게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한 번, 학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 번, 스스로 복습하면서 한 번, 총 3번을 공부하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은 초등학교가 11조 90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7조 원 규모에 그쳤다. 사교육 대상이 점차 어려지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실제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을 상대로 선행학습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한글·수학·영어 등 ‘초등교육’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입소문이 난 유치원은 가장 낮은 연령인 ‘5세 반’부터 입학하지 않으면 중간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서울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5세 반 아이들은 한 번 입학하면 7세까지 쭉 다니는 경우가 많다”면서 “‘6세·7세 반’ 원아들의 경우 지난 5년간 결원이 한 명도 나지 않아 대기자 중 누구도 새로 들어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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