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여성 전공의와 간호사 등 10여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은 호흡기내과의 한 교수가 두 달 전 정직 5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들 또한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피해자에게 징계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4월 H교수에게 정직 5개월 처분을 내렸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내부 규정상 중징계에 해당하며 지난달 말에는 피해자에게도 징계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H교수는 앞으로 석 달 뒤에는 피해자들과 같은 직장에서 다시 근무하게 된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분리조치가 될 수 있도록 당직과 교육 등 해당 과의 근무 일정을 사전에 조정할 계획”이라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앞서 H교수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동료 전공의와 간호사들을 상습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병원에 접수된 복수의 피해 제보들에 따르면 “심장 초음파 보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손으로 목 아래부터 가슴 끝까지 쓸어내렸다”, “중환자실 회진 때 허벅지·어깨 터치가 지속됐다. 속옷이 만져지는 옆구리를 6번 이상 쓸어내렸다”, “등·어깨·팔 등을 잘 터치한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근무 중 한쪽 팔로 어깨를 감싸는 등 도를 넘는 행동들이 있었다”, “스킨십이 흔했다. 병동에 환자 보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팔짱 끼며 ‘데이트 하러 가자’고 했다” 등 상세한 범행이 적시돼 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성희롱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전공의 등에 “프로필 사진을 예쁜 얼굴로 바꿔놔라”, “힘드니까 몸매는 유지되겠다”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H교수로부터 받은 피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H교수는 각종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의사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실장 등 주요 보직을 맡기도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관할서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해당 매체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들이 보도를 쏟아냈지만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다. 송파서 관계자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었고 병원의 수사 의뢰도 없어 2차 피해를 생각하면 성급하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범죄는 친고죄(고소권자의 고소가 요구되는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 고소·고발이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다. 징계 사실을 인지한 일부 피해자들은 H교수에 대해 고소·고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이 성범죄 문제에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병원은 2019년에도 인턴의사 이모씨(35)가 마취상태 여성 환자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심에서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씨는 당시 주변 의사들의 만류에도 환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손으로 만지고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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