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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시장 회복력 지원하는 역전세난 해법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전세난이 주택 시장 전반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국내 전세 주택 중 역전세 및 깡통전세의 비중이 각각 52%와 8%로 급증했다는 한국은행의 5월 경제 전망 보고서가 그런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이는 역전세의 증가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아파트 전세지수로 보면 전국적인 역전세난의 강도가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다. 계약 갱신이 이뤄지는 기간인 2년간 전세가의 누적 하락률(역전세 강도)이 20%를 넘었고 역전세 기간도 2년 정도 지속됐다.

이번 역전세난은 금리 급등의 여파로 수도권과 대구 및 세종시에서 촉발됐으나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앞으로 2년간 전세가가 추가로 10% 하락한다면 외환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가 및 매매가는 하락세를 멈추고 약간의 반등세마저 보여주고 있다. 현 수준에서 전세가가 유지된다면 역전세의 강도는 2024년 초 15% 남짓에서 정점을 찍고 급하게 회복돼 2025년 초에는 역전세 상태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역전세난 문제는 단기적이었고 결국 시장의 회복력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생적인 조정을 통해 전세가와 매매가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이는 전세가의 합리적인 회복을 제약하는 전월세상한제의 폐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다만 이번 사태가 이전과 다른 점은 전세사기라는 전세제도의 신뢰도를 뒤흔드는 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전세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면 들고 나는 임차인 간 부채 전달의 구조로 유지되는 전세 시장이 붕괴되는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역전세난을 해결할 때 이전과 다르게 시장의 회복력을 지원하는 단기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에서는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대한 한시적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과도한 갭 투자로 위험을 자초한 임대인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전세사기 문제를 겪으면서 임대인의 보증금 미상환 문제를 임대인의 파산으로 처리하면 결국 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뼈아픈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DSR 규제의 한시적·제한적 완화는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시급한 대안이다.

최근 들어 전세라는 비제도권 레버리지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1000조 원으로 집계되는 국내 전월세 시장의 보증금은 언젠가는 상당 부분 제도권 부채로 대체 수용돼야 할 것이다. 그런 전환 과정이 이뤄지면 해당 물건에서 나오는 안정적 월세를 기반으로 은행 대출의 원리금을 부담하는 임대 사업이 이뤄지고, 개인이 아닌 해당 물건의 임대 수입에 기초해 대출건전성이 판단될 것이다. 이번 DSR 규제 완화를 통해 그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관리 방안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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