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첨단 기술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중국의 기술 자립을 과시할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23’이 27일 막을 올렸다. 미래 통신 기술의 주도권을 놓고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전쟁과 다름 없는 갈등을 빚고 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하이MWC를 통해 자국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 주관으로 30일까지 상하이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개최되는 상하이MWC는 올해로 10회째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의 뒤를 이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정보기술(IT) 혁신 기술과 서비스가 선보인다.
상하이MWC는 ‘지능형 세상으로의 가이드(GUIDE to the Intelligent World)’라는 주제 하에 △5G 전환(5G Transformation) △디지털의 모든 것(Digital Everything) △리얼리티+(Reality+)를 세부 전시 테마로 한다.
퀄컴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글로벌 기업의 참여가 없는 행사로 전락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첨단 기술의 자립을 강조한 만큼 중국 내의 관심은 뜨겁다. 28일 찾은 현장은 입구부터 관련 업계 종사자들로 붐볐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곳은 중국의 최대 통신 업체이자 기술 첨병으로 불리는 화웨이다. 화웨이는 5G를 넘어 5.5G 시대를 준비한다며 다양한 산업과의 네트워크 연결을 강조했다.
4월 1일 화웨이 순환회장에 오른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발표를 맡은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날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위해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로 2019년 캐나다에서 미국 사법 당국의 범죄인 인도 공조에 따라 체포됐던 멍 회장은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희생양이자 애국영웅의 상징으로 꼽힌다. 멍 회장은 “과학과 기술의 모든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며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상상을 시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를 의식한 탓인지 통합 역량을 구축해 미래 사회를 이롭게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멍 회장은 “5.5G는 10Gb(기가비트)의 다운로드 속도, 1000억 개의 연결을 지원하는 기능,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특징으로 한다”며 “5.5G는 사람들을 더 잘 연결할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센싱, 첨단 제조 같은 영역에서의 산업적 요구를 더 세밀하게 지원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하이MWC에는 화웨이를 비롯해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 회장과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총출동했다. 중흥통신(ZTE)·아너·메이주 등 중국 주요 통신 및 IT 업체 최고위급 임원의 발표도 이어졌다.
코로나19 기간에 정상 개최되지 못했던 상하이MWC는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임에도 이전보다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2019년 110여 개 국가·지역에서 약 550개 기업이 참여했으나 올해 참여 기업은 약 260곳으로 2019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 기업 등도 대거 불참한 영향이 크다.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는 비판에도 중국 업체들은 5G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에너지 관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첨단 기술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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