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이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 초거대 AI 분야에서는 HBM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세계 HBM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업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HBM 시장 1위는 점유율 50%를 차지한 SK하이닉스였다. 이어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다. 올해 HBM 시장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D램보다 높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보이는 고성능 메모리다.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고 있다. AI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AI 산업이 발달하며 HBM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4월 개발한 HBM3는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은 24GB(기가바이트) 용량의 HBM으로 세계 최고 성능을 지녔다. 풀HD 화질 영화 163편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수준(초당 819GB)이다. 2013년 D램 4개를 쌓은 1세대의 HBM이 개발된 후 2세대의 HBM2와 3세대 HBM2E, 4세대 HBM3까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5세대 HBM3E 시제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HBM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며 SK하이닉스와 본격 경쟁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AMD·엔비디아 등에서 HBM 공급을 늘려 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과 진행한 ‘위톡’에서 "최근 (삼성의)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결합한 HBM-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한 바 있다. 회사 측은 AI 시스템에 HBM-PIM을 탑재할 경우 삼성전자가 2018년에 양산했던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인 HBM2를 이용한 시스템보다 성능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초거대 AI 언어 모델(하이퍼클로바)을 선보인 네이버와 HBM-PIM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챗GPT 같은 AI 서비스 확산으로 HBM D램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 열린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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